멕시코시티의 커다란 시장 한편 그늘진 곳에서 인디안 노인이 양파 스무
묶음을 놓고 팔고 있었다. 마침 그 앞을 지나가던 한 신사가 말을
건넨다. "여기 있는 양파 스무 뭉치를 몽땅 살테니 얼마에
주시겠습니까?" 그 노인장은 "양파 모두를 당신에게 팔 수는
없소"라고 대답했다. 의아해진 신사가 "아니 노인장, 양파를 팔려고
나오신 게 아닙니까?"라고 다시 물었더니, 노인은 빙그레 웃으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나는 양파를 팔면서 동시에 내 인생을 사려고 이
장터에 나와 있는 것이라오. 내가 당신에게 양파를 한번에 다 팔고나면
방석을 접어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소? 그렇게 되면 나는 내 인생의
소중한 하루를 일찌감치 접어버리는 것이 되기 때문이오."

지난해 6월, 온 국민의 열화와 같은 성원 가운데서 치러진 월드컵
축구경기를 바라보면서 인생은 축구경기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전후반
90분을 뛰어야 하는 경기, 우리의 인생이 그렇게 달려가는 인생이
아닌지. 전반전 45분을 뛰고 나면 중간에 15분 휴식시간이 있고, 그
시간이 지나면 후반전을 또 뛰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지금 한참
전반전을 뛰는 이도 있고 잠시 땀을 닦으며 후반을 설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또 종반을 향해 마지막 레이스를 질주하는 이도 있으리라.

사도 바울은 노년에 자신의 삶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리고 있다.
"내가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義)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그날에 내게 주실
것이다"(디모데후서 4장 7~8절)

인디언 노인처럼 하루하루를 소중히 사랑하며, 축구경기처럼 전후반
90분을 열심히 달리고 싶다. 인생의 경주를 다 마친 후에 주님이 주시는
면류관을 소망하면서 말이다.

(김예식·서울 예심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