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으로 사망하거나 부상한 것으로 확인된 승객(20일
현재 236명) 가운데 92.3%가 화재 후 건너편 정차장에 들어온 1080호
전동차의 승객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작 화재가 처음 발생한 1079호
전동차의 사상자 비율은 전체의 7.7%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참사의 실질적 원인은 방화 사고 후 대구지하철공사 직원들의 신고와
연락 체계 상의 문제 탓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경찰이 이날 공개한
종합사령실과 1080호 기관사 최모(39)씨 사이에 이뤄진 '무선 교신'
내용에는 비상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여러 정황이 드러났다.
이는 본지가 대구시내 각 병원으로 옮겨진 사망 승객 41명의 유가족과
부상 승객 116명 전원에 대한 인터뷰 결과에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추정한 1080호 내부에 남은 시신(79구)을 더해 분석한 것이다.
집계 결과 사망한 승객 총 120명 가운데 무려 114명(95%)이 1080호
승객이었으며, 1079호 승객은 6명(5%)에 지나지 않았다. 또 부상자 116명
가운데도 1080호 승객이 104명(89.7%)에 이르는 반면 1079호 승객은
12명(10.3%)에 불과했다. 따라서 상황실 또는 기관사가 만일의 사태를
염려해 중앙로역 진입을 시도하지 않았다면 이번 사고는 사망 6명, 부상
12명 정도의 비교적 경미한 사고로 마무리될 수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중부경찰서는 이날 "1080호 기관사와 사령실 근무자들의 초기 대응
문제를 집중 수사 중이며, 과실이 드러나면 조만간 사법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080호 기관사 최씨는 전동차 운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마스터
컨트롤러 키'(자동차의 시동 키)'까지 뽑아 근무복 윗주머니에 넣은 뒤
현장을 떠난 것으로 드러났으며, 경찰은 이러한 사실이 사망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또 지난 19일 오후 9시 경찰에 출두하기 전까지 대구지하철공사
관계자 2명과 만나, 입맞추기를 한 의혹이 있다고 경찰은 말했다.
조두원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장은 "빠르면 이번주 중 기관사 최씨 등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大邱=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