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崔泰源) SK㈜ 회장에 대한 구속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SK그룹은 19일 “이번 사안이 구속까지 할 일이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SK글로벌의 문서보관소에 대해 검찰이 대대적인 추가 압수수색에 나서자 SK측은 ‘최회장의 구속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이냐”며 위기감을 감추지 못했다. 검찰은 이날 2.5t 트럭 한대와 20인승 미니버스를 동원, 낮12시쯤부터 3시간여동안 압수수색을 실시, 250여개 박스 분량의 서류들을 쓸어갔다.
이는 저장소에 있던 서류 일체로 대외비(對外秘)로 분류된 중요 기밀 서류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스에는 ‘재무팀 관련 서류’ 등 식별표가 붙어있었다. SK측은 “SK글로벌이 본사사옥을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보존기간이 남아있는 문건들을 임시보관했던 것으로 안다”며 “이번 사건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서류들”이라고 주장했다.
압수수색을 당한 문서보관소는 고(故) 최종건 SK그룹 1대 회장의 집으로, 직원들이 캔미팅(비공식적인 회의) 장소로 사용하는 등 일종의 연수원으로 사용해온 곳. 그러나 주변의 한 주민은 “며칠전 누군가 트럭 1대 분의 박스를 밤중에 이곳으로 실어왔다”고 말해 SK그룹이 이번 사건과 관련된 비밀서류들을 이곳에 옮겨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SK글로벌에 대한 지난 17일 압수수색에서 일부 서류들이 사라진 것과 관련, 참고인 조사를 통해 문서보관소의 존재를 알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 회장과 손길승(孫吉丞) 그룹 회장은 회사 밖 모처에서 대책회의를 거듭했다. SK측은 김&장 등 법무법인 등과 그룹 법무팀을 통해 쟁점사안에 대한 정밀 법률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SK는 최 회장 사법처리에 관건이 되고 있는 워커힐 호텔 주식과 SK㈜ 주식 맞교환건에 대해 "공신력 있는 회계법인의 자문을 받았고, 세법상 규정에 따라 처리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손 회장도 "이번 수사는 대단한 의혹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용이 간단한 것인데, 언론에 너무 크게 보도되는 것 같다"며 임원들에게 우려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K측은 공식적인 반응이나 입장표명은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검찰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거나 오해 사는 것은 피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 직원들에게 동요하지 말 것과 입조심을 당부하는 한편, 외부로 나가는 팩스나 이메일에 대한 보안강화를 지시했다. SK텔레콤 조정남(趙政男) 부회장은 사내게시판을 통해 업무에 충실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다만 구조본의 한 임원은 “워커힐 주식과 SK㈜ 주식을 맞교환한 것도 사실이고, SK증권과 JP모건이 이면계약을 했던 것은 이미 다 알려졌던 것으로 최 회장이 사재를 400억원 이상 출연하는 등 도덕적 책임을 다 했다”고 주장했다. 재계 3위의 SK를 ‘범법자 집단’ 취급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며, 법정에서 차분히 따져보면 오해가 풀릴 부분이 대부분이라는 얘기이다.
재계에서도 “검찰이 이윤 추구를 기본 목적으로 하는 기업 활동을 일일이 사법적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면 경제와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이나 공정거래위 등의 ‘경제검찰’이 기업활동의 탈법·편법 여부를 1차 걸러내는 장치가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