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방화 현장 맞은편에 정차했다가 많은 희생자를 낸 1080호 전동차 기관사 최상렬(39)씨가 19일 오전 대구 중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19일 일본 조간신문들은 대부분의 종합면, 사회면에 화보까지, 5~6개면을
참사 보도에 할애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방화 사건이 잦은 일본인
만큼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사설까지 썼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우리 일본의 지하철이었다면 같은 상황이라도
한국처럼 많은 사망자가 나오지는 않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물론
'비슷한 사고'를 걱정하는 일본 국민들을 안심시키려는 보도이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아직 멀었다'는 따가운 지적이기도 하다.

일본 국토교통성과 철도회사는 한국 대구 참사에 대해서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취지의 분석을 하고 있다. 차량 화재로 전기선이 불타면서
전기공급이 끊어질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 전체의 전기가 나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두웠기 때문에 승객들이 당황하고,
빠져나가지 못해 사상자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만약 일본이었다면 차량의
백업(backup) 전기가 가동되면서 차내등이 켜지고, 문도 열 수
있었으리라고 일본의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일본 국토교통성 철도국
시설과는 "일본에서는 전차화재가 일어나도 일대가 정전되는 사태는
있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고 마이니치 신문은 전했다.

환기가 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일본 언론들은 지적하고 있다.
"일본이라면 일부 노후한 역을 제외하고는 대구역과 비슷한 화재상황을
전제로 대비책을 세우고 있으며, 환기도 충분히 됐을 것"이라고 일본의
지하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 지하철 차량이 불붙어 다 타버린 것도 문제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하철 차량 안에 들어가는 소재는 모두 불에 타지 않는
것만을 사용하고 있다. 연소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재료는 아예 지하철에
사용하지 못한다. 일본 언론들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 "일본 지하철
차량이 대구 차량처럼 다 타버리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이번 화재 사고가 근본적으로 한국인들의 안전불감증을
나타내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방화범이 방화하는 것까지는 못 막는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역에 깡그리 전기가 나가고 질식사하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은 안전에 무관심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는 논리다.

일본 언론들은 어김없이 수년이 지난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고,
대구 지하철역 폭발사고까지 들춰내며 '안전 미비'를 거론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한국, 급성장 '부(負)의 측면"이라는 큰 제목을
뽑고, "대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사회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의 재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고 보도했다. 월드컵과 IT 선진국 보도 등으로
애써 쌓아놓았던 '선진국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헛일이 됐다. 마침
대구는 월드컵 개최로 일본에도 낯익은 도시다. 최근 한국에 대해
비판적인 산케이(産經)신문은 "경제발전과 월드컵으로 '세계
일류국'으로 발돋움했다고 자칭하는 한국이 경제발전을 하는 와중에
안전대책을 소홀히 했음이 드러났다"고 썼다.

(東京=崔洽특파원 po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