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지방자치는 단체장 주민 직선에 불과하다. 모든 시스템이 옛날
그대로다. 국가 경쟁력 향상이라는 큰 차원에서의 사고전환이
필요하다."

선거로 뽑혔다지만 임영호(林榮鎬) 대전 동구청장은 지방자치에 관해
형편없이 낮은 평가를 내린다. 임 청장만이 아니다. 지자체 단체장들은
한결같이 비판 일색이다. 김행기(金行基) 금산군수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인삼을 명품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중이지만 재정자립도
16%의 상태에서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소연이다.


하지만 새 정부들어서는 김대중 정부 때와는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낳게 하고 있다.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까지 제시한 만큼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한두가지 시늉만 내고 때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같은 이유 때문인지 올들어 곳곳에서 분권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목소리 또한 어느 때보다 크고 높다. 대전시의회는 18일 임시회에서
「지방자치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방분권선언」을 채택하고 제도
정비와 국가기능의 재편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17일엔 충남대교수협의회 주최 「지방분권화 시대 지방대학의
역할과 발전방향」이란 심포지엄에선 『장관의 3분의 1을 지방인사
중에서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북대 김윤상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교육인적자원부, 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장관 등에는 지방의 열악한 사정을 잘
아는 지방인사가 임명되기를 특별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지금까지 지방 거주자로서 장관이 된 사람은 10년에 1명도 안 되는데
지방에 아무리 인재가 없다 한들 서울인재 2명에 지방인재 1명꼴도 안
되겠느냐』고 역설했다. 그는 또 정부 중앙부처의 각종 위원회에
지방인사 3분의 1 이상 참여, 사법고시 등 중요 국가시험에서 지방학생의
일정 비율 합격 등을 주장했다.

충남도는 지난 달 심대평 지사와 전문가들이 모여 지역균형발전 정책방안
세미나를 연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지방이양추진위원회(위원장 김안제)
주최로 간담회를 가졌다.

같은 날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지방분권특별위원회(위원장
김완주 전주시장)는 대전에서 워크숍을 갖고 '지방분권 정책 제안서'<
표 >를 채택했다. 지방분권특위는 제안서를 인수위에 공식 제출하는 등
앞으로 정당과 정부를 상대로 분권을 촉구하는 한편, 홍보활동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지방분권이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의견을 표시한다.
이창기(李昶基·49) 지방이양추진위 행정분과위원은 지방분권이야말로
"전체 국민의 경제적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권한과 돈과 사람이 함께 대폭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며,
구체적인 방법이 바로
자치입법권·자치행정권·자치재정권·자치조직권이므로 관련 법 제정을
통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 위원은 "분권특별법이 금년
상반기중 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에서도 지방 분권을 크게 반긴다. 조연상(趙沇相·55·목원대
디지탈경제학과 교수) 지방분권운동 대전·충남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수도권 밀집의 주요 요인중 하나가 우수한 대학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며 "지방 대학을 육성해야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이같은 여러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지방분권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행정수도 이전처럼 '국가의 강력한 의지와 추진력'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