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미 이라크 군사공격을 위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는가.

국내외의 거센 반전 여론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간의 갈등이 심화되자, 미국 정부는 16일 일단 이라크 군사공격을 승인하는 새 유엔 결의안 통과에 주력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개전 여부는 이르면 2주일 후의 새 결의안이 통과될 3월 초를 지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미군 병력의 걸프지역 배치 상황과 이라크의 기후가 개전 시기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 새 유엔 결의안 통과 여부

조지 W 부시(Bush) 대통령은 “유엔이 지지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함께 이라크 무장해제에 나서겠다”며, 미국 주도의 일방적인 군사공격 강행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그러나 지난주 유엔무기사찰단(UNMOVIC)이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2차 보고서를 제출한 후, 프랑스 등 사찰연장을 주장하는 국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대 동맹국인 영국의 잭 스트로 외무장관은 17일 BBC와의 회견에서 ‘국민 상당수의 군사행동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전을 치르겠느냐’는 물음에 그것은 ”이런 상황에선 정말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에따라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압력은 계속 가하되, 유엔을 통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과 콜린 파월(Powell) 국무장관이 논의 중인 계획은 이라크가 무장해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선언하면서 앞서의 안보리 결의 1441호에도 포함됐던 ‘심각한 결과(serious consequences)’를 승인하는 새 결의안을 통과시켜 전쟁 개시를 위한 ‘형식’을 갖추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오는 3월 14일 유엔무기사찰단의 다음 보고를 받은 후 새 결의안 통과를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미국과 영국은 사찰단의 보고 시점이 2월 28일 이후로 연기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미·영의 시나리오는 앞으로 2주일 동안 이라크 전쟁에 회의적인 국가들을 집중 설득해, 3월 초에는 새 결의안을 통과시킨 후 군사공격 시점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시기는 미국이 이라크 군사공격에 필요한 병력을 걸프지역에 배치완료하는 시기와도 일치한다.

◆ 걸프지역의 군사력 배치

이라크 전쟁을 위해 걸프지역에 최대 25만명의 병력을 배치할 계획인 국방부는 현재 15만명 정도의 병력을 배치한 상태다. 국방부는 당초 2월 중순이면 이라크 전쟁 개시에 필요한 병력을 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국방부 관리들은 거대 규모의 육·해·공군을 동시에 이동시키는 어려움 때문에 2월 말이나 3월 초가 돼야 군사공격 개시에 충분한 병력을 걸프지역에 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지난 1991년 걸프전쟁에 이어 이번 이라크전쟁에서도 핵심 역할을 담당할 제101 공수사단은 지난 6일 걸프지역 배치명령을 받아 현재 이동 중이며,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미·영 병력이 쿠웨이트와 터키 등 이라크 접경지역에 집결한 이후에도 장비 점검과 기후 적응, 기본 훈련 등을 위해 1~2주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더워지는 이라크 기후

군사 전문가들은 1992년 걸프전쟁 시기와 마찬가지로, 사막 지역에서 기온이 가장 낮은 1~2월이 이라크전쟁의 적기라고 본다. 국방부는 그러나 최근 이미 걸프지역에 배치된 미군들은 무더운 기후에서도 전쟁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5월까지는 이라크의 평균기온이 섭씨 32.2도이므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기온이 높다고 해서 전쟁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좀더 어려울 뿐이라며, 기후가 개전시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워싱턴=姜仁仙특파원 ins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