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영화에서 하던 연기는 연기도 아니었어요. 작품 한 편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만한 그릇이 됐을 때 주인공 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SBS TV 인기드라마 '올인'의 재미교포 도박사(gambler)역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태연(27). 그는 바로 장선우 감독 '거짓말'의 여주인공. 그러나
그는 도발적 모습의 'Y'와는 딴판이었다. '거짓말'에 이어
'그녀에게 잠들다'까지 연이어 영화의 주역을 맡았던 그녀는
TV드라마에서 '조역'이 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했다.
"첫 작품 '거짓말'을 두고 워낙 말이 많았잖아요. 그래서 들뜨기도
했지만, 대중들이 영화 속 인물과 현실의 저를 똑같이 보는 게 싫었어요.
두번째 영화는 공 들인 데 비해 흥행이 안 됐고요." 김태연은
"성(性)에 탐닉한 엽기적인 배역 탓에 일찍 안티(anti)를 경험하고
연달아 쓴맛을 봤지만, 굳이 '좌절'이라고 표현하고 싶진 않다"고
했다.
"배우로서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배웠어요. 연기란 건 할수록
어렵다는 것도…." 역할의 비중보다, '극중 인물'을 보고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 늘었다고도 했다.
드라마 '올인'에서의 배역은 도박사지만 실상 그녀는 노름 한번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전혀 모르고 연기하니까 오히려 '포커 페이스
연기가 자연스럽다'고 해요. 게임 룰을 배우려 카지노를 찾아가 칩과
카드를 손에 익혔고 인터넷 발음 교습 사이트로 영어발음 연습도 꽤
했는데, 영어로 된 대사는 적더라고요." 김태연은 "드라마 중반에
등장하게 돼 조바심도 나고 걱정도 되고…, 집에서도 대사연습 많이
한다"고 했다.
하는 작품마다 몸을 다치면서도 강단으로 버틴 그녀다. '거짓말'에선
각목으로 맞는 장면을 찍다 상처를 입었고, '그녀에게…'에선 촬영중
사고로 화상을 입었고, '올인' 미국 촬영 때는 급체가 손·발 마비로
이어졌다. 김태연은 "그냥 꾹 참다 더 다쳤다"면서 "운이 좀 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배우들이 선망하는 '순정만화 주인공' 역할은 연기가 몸에 밴
뒤에나 하고 싶어요. 단역이라도 몰입할 수 있고, 즐겁게 일할 수만
있다면 방송·영화·모델 일 가리지 않겠습니다."
김태연은 "인터뷰가 너무 서툴다"고 몇 번씩 고개를 저었지만,
또박또박 말도 잘 했다. "별명이 '한국의 클라우디아
쉬퍼'라는데…"라는 물음에도 "저야 좋지만… 누가 왜 그렇게
붙였는지 모르겠다"면서 겸연쩍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