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지방에 결정권을, 지방에 세원을,
지방에 인재를' 등등…. 전국 각 지역에서 요원의 불길처럼 일고 있는
지방분권운동의 슬로건들이다. 중앙정부에서 자치단체로 권한을 이양하고
서울·수도권에서 지방·비수도권으로 자원을 분산시켜 지방을 살리고
서울도 살리려는 상생의 움직임이다.

우리나라의 중앙집중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대 정부의
꾸준한 지역 균형발전정책에도 수도권 집중은 날로 깊어만 가고 있다.
국토의 12%에 지나지 않는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47%, 국가 공공기관의 84%,
대기업 본사의 84%가 몰려 있다. 사람과 권한, 기관과 기업, 정보와 돈…,
한 나라의 중추기능이 특정지역에 몰려 있는 세계 최악의 과밀화현상이다.

그래서 서울은 좋은가? 그렇지도 않다. 서울의 도시환경은 도쿄·런던·
뉴욕·싱가포르 같은 세계 도시와 비교할 때 최악 수준이다. 특히
삶의 질의 기본요소라 할 교통, 환경, 주거 문제부터 열악하기
짝이 없다. 과도한 수도권 집중은 지방의 소외감·지역격차 심화와 함께,
수도권의 난개발·비효율까지 초래하고 있다.

부산시는 2000년 5월 전국 최초로 '지방분권·지방분산·지방분업'을
뼈대로 한 국토균형발전을 제안한 바 있다. 영·호남 8개 시·도지사는
이 제안을 부산시와 함께 정부에 요구했다. 날로 깊어가고 있는 수도권
집중의 폐해를 방치한다면 지방자치, 나아가 국가 균형발전을
저해한다는 데 공감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적어
반쪽 자치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할 당위성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이 제안은 이제
국민운동 차원의 지방분권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행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지방분권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지방분권 문제를 국정의제의 주요 항목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행정자치부 장관의 인선방향으로 '분권화와 지방화 마인드'를
강조하고 있을 정도이다.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강력한 지방분권에의 기대,
새 정부에 바라는 절실한 국민통합에의 바람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분권화와 지방화를 강화하지 않고는 국가경쟁력을
살릴 수 없다고 본다. '동북아 중심국가'건설을 위해
부산·광양·인천 3대 권역을 '동북아 복합허브'로 육성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부산시도 시대적 상황과 노 당선자의 정책 의지에 적극 대응,
21C 발전전략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다. 부산을 동북아 물류·비즈니스
중심도시, 동남광역경제권 중추도시, 동북아 해양문화·관광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서울은 나빠지는가? 그렇지않다.
미국의 워싱턴·뉴욕, 중국의 베이징·상하이 등과 같이 각자의
비교우위에 기초하여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상생적(winwin) 전략이다.

남은 문제는 정치권의 각성과 '서울사람'들의 건강한
공동체 의식이다. 서울에 있으면 지방이 안 보인다고들 한다.
정부 정책결정자에겐 청와대만 보인다는것이다. '서울사람'들이 지방의
간절한 요구를 제대로 느껴주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다. 미국의
'비판적 지성'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근저 '미래를 위한 약속'에서
고발한다. "전 국민의 공생을 약속한 국가의 도덕적 원칙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계약 해체'의 주범으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정부(정치권)와 대기업(부유층)을 지목한다.
그는 지속가능한, 조화로운 사회 건설을 위해 '공동체 의식'의
회복을 주창한다.

21C를 맞아 우리가 진정 추구할 바는 중앙과 지방의 역할분담에 따른
'지방자치'일 것이다. 중앙집중의 폐해와 갈등형 행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대대적인 개혁작업은 절실하다. 지방분권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제는 지방분권에 관한 소모적 논의가 아닌,
진정한 지방분권의 실현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사람'들의
건강한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며 라이시 교수의 깨우침을 덧붙인다.
"공존·상생이 무너지면 미래도 없다"는 경고이다.

(부산광역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