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민주당 설훈 의원이 제기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20만달러 수수의혹'사건을 검찰이 수사착수 10개월 만에야
불구속기소로 끝낸 것은 '여당 눈치보기'검찰상(像)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전에서 정치권을 후려친 설 의원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선거가 끝나고 한참뒤에야 최종발표를 한 검찰의
이런 태도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치솟게 한다.

설 의원의 폭로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대선후보의 도덕성 시비로
번진 점을 감안한다면 검찰은 마땅히 선거전에 이 사건을 털어냈어야
했다. 그러나 선거 전 이미 모든 조사를 끝마치고도 검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작년 10월 "설 의원의 주장을 입증할 물증을 찾지 못했다.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답변할 준비가 돼 있다"고까지 말한 서울지검이었다.
지금껏 결과발표를 미뤄오는 동안 도대체 무슨 불가피한 사정변경이
있었다는 것이며, 무슨 파천황의 천재지변이라도 있었다는 것인가.
한 마디로 검찰의 중립성은 완전히 훼손됐고, 정치검찰의 적나라한
알몸만 드러낸 셈이다.

더불어 이번 사건은 정치공세를 위해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말들이 얼마나
허망하고 무책임한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사실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상대당 후보 흠집내기에만 급급해 우선 당장 할 소리
안할 소리 뱉어놓고 나중에 가서 '아니면 말고'식으로 대응하는
수법?그것이 이번 사건으로 또 한번 되풀이된 것이다.

이런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정치권의 작태가 결국은 부메랑처럼
국민들의 정치혐오증을 낳고, 정치 황폐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것을
왜 정치인들만 모른다는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이제 자신의 주장이 완전날조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설 의원은
의원직 사퇴를 포함해, 자신이 당초에 말한대로 스스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정치의 저질풍토가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