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청와대 조직개편 방향과 관련해 "청와대는
참모 기능을 착실히 하고, 대통령의 지시는 장관에게 직접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이 약속은 '작고 효율적인 청와대'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확정된 청와대 조직개편 내용을 들여다보면 새 청와대는
작은 것도 아닐 뿐더러 효율성도 의문시되고 있다.

새 청와대 진용은 장관급 7명을 포함해 장·차관급만 17명이다.
노 당선자측은 기존 청와대에 비해 늘어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것을 두고 '작은 청와대'라고 주장하기는 어렵게 됐다.
이런 결과가 "청와대는 참모기능만 하도록 하겠다"던 노 당선자의
말과 어떻게 조화되는 것인지도 얼른 이해되지 않는다.

비효율에 대한 우려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장관급이 7명이나
된 것은 4개 '국정 추진위'때문이다. 이들 추진위원장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게 돼 있고, 추진위별로 따로 구성되는 태스크포스는
정책실장에게 보고하게 돼 있다. 권부(權府)를 이런 이원구조로 만들어
놓으면 반드시 권력 다툼과 불화가 발생한 것이 지난 시대의 경험이었다.

또 4대 추진위원회 외에 앞으로 구성될 다른 추진위원회까지
상정(想定)하면 국정의 상당 부분이 거기에 관장되는데, 그럴 경우 이들
추진위와 행정부와의 관계가 또 하나의 갈등요인을 제기할 것이 뻔하다.

얼마 전 문희상 비서실장 내정자는 "행정부가 청와대 눈치를 보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했는데, 조직개편 내용만 놓고 보면 그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책실장 밑에 또 정책수석이 있고, 국가안보보좌관 밑에 다시 외교와
국방보좌관이 있고, 홍보수석 밑에 또 대변인을 둔 것도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이중구조 역시 우리의 조직문화에선 말썽과 비효율,
업무 장애의 한 원인이 됐었다.

새 정부가 내놓은 청와대 조직개편 내용은 한 마디로 '실험'의 인상이
짙다. 이 실험이 만에 하나 국정의 실험으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