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독일·벨기에가 10일 이라크 전쟁에 대비해 터키 방위를 위한
나토의 군사지원을 거부한 것과 관련, 회원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등 나토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와 관련, "실망스럽다"며 "나토가
회원국 상호방위에 대한 합의성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존 하워드 호주 총리와의 회담을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프랑스의 근시안적 태도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프랑스·독일·벨기에에 대해
"그들은 나토의 의무수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그러나 "미국은 나토의 전면적인 지원 없이도 이라크 전쟁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미국 단독으로 터키를 지원할 의사를
밝혔다.
조지 로버트슨(Robertson) 나토 사무총장도 3개국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나토의 예방 대책은 정당한 것이었고, 터키에 대한 위협은
현실적"이라고 유감을 나타내면서 "이번 사태의 심각함을 감추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폴란드의 대통령 안보보좌관인 마레크
시비에츠(Siwiec)는 "현실적으로 3개국의 입장은 사담 후세인을
지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도 10일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이라크 군사공격을 둘러싼 갈등이 나토를 창설 이래 최대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진단했다.
3개국의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회원국 중 네덜란드는 이미
독자적으로 터키에 대한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를 결정했기 때문에,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는다. 또한, 터키가 거부권 행사 직후 나토 헌장에
따른 회원국들의 협의를 직접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에, 나토의 입장이
다시 정해질 수도 있다.
(파리=朴海鉉특파원 hhpark@chosun.com)
(워싱턴=姜仁仙특파원 ins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