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이경실씨가 남편에게 야구 방망이로 맞아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입원했지만 가해자인 남편은 사건 발생 사흘째인 어제까지
경찰 수사는 커녕 입건조차 안됐다는 사실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가정폭력에 관한 법 집행기관의 느슨한 문제의식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여기서 특정인에 대한 수사·처벌을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안으로 보아 엄연한 폭행치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이란
이유로 한 발 물러선 경찰의 고식적인 사태 인식이 문제인 것이다.
누구나 가정폭력을 범죄행위로 신고할 수 있게 한 가정폭력범죄특례법이
시행된 것이 이미 98년이지만 일반은 물론, 법 집행기관인 경찰까지도
가정폭력을 '사생활 문제'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 이번 사건 처리방식을
통해 다시 한번 드러나고 있다.
가정폭력범죄특례법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사건을 처리하지
않으면 직무유기죄를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씨
폭행사건 발생 후 사흘간 경찰이 보인 행동은 '부부싸움 불간섭'이란
재래의 시각을 벗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낯선 사람에게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과 가족에게 휘두르는 것을 종류가 다른 폭력행위라고
보는 것이 경찰의 시각인가.
경찰청은 지난 한해 동안 가정폭력 사범 1만5151건, 1만6324명을
검거해 이 중 586명을 구속하고 4083명을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했다고
이달 초 밝혔다. 그러나 민간 여성상담기관에 들어오는 가정폭력
관련 상담은 99년 4만1497건에서 2001년 11만4612건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국제보건기구(WHO)는 세계적으로 폭력에 의해 피살된 여성 중 절반이
전·현 남편이나 남자 친구라는 통계를 내놓고 있다. 이런데도 법이
나몰라라 팔짱만 끼고 있어야 하는가? 가정폭력의 범죄성과 위험에
대한 인식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