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박무직씨는 “학부 전공이 물리학과였던 만큼 교양 과학만화에도 애정이 많다 ”면서 “요즘은 다른 데 한 눈 팔지 않고 일하는 재미로 살고 있다 ”고 했다.<a href=mailto:leedh@chosun.com>/이덕훈기자 <


우리 만화현실에서 박무직(30)은 낯선 캐릭터다. 남성 작가로서
순정만화라는 장르를 고집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각종 만화관련
논쟁이 있을 때마다 만화가 아닌 글로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만화가는 그 유례를 찾기 힘들다. '박모씨 이야기-나는
만화인이다'(시공사)는 이 독특한 '만화 키드'가 글로 고백한 만화
사랑의 기록이다.

"독자들의 시선도 중요하지만, 만화가의 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만화로 발언하는 게 작가의 의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만화나
만화계 사건들에 대한 발언을 꺼내놓기에 그림 지면만으로는
부족했거든요."

5㎜나 될까. 짧게 자른 머리가 '반항'의 이미지를 뿜어내는데, 정작
자신은 "어른들 걱정 하실까봐 최근에 다듬은 머리"란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가운데 부분의 머리만 조금 남긴 소위 '닭벼슬
머리'였다는 것. 머리 스타일 뿐만 아니라 그는 만화계에서
'싸움닭'으로도 이름났다.

1997년 청소년보호법 파동으로 만화가 '불량식품' 대접을 받았을 땐
누구보다 먼저 목소리를 높여 시위에 나섰고, 만화책을 빌려보게 만드는
도서대여점이 "언젠가는 만화가와 출판사, 그리고 대여점까지
공멸(共滅)시킬 것"고 주장했었다. 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가
인기를 끌었을 때, 시로우 마사무네 원작 출판만화의 공(功)을 왜
생각하지 못하느냐며 분개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작가의 책임에 대해서도 특유의 새된 목소리를
이어나갔다. "대여점의 양산 이후 준비도 덜 된 신인들이 작품을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만화계의 텃밭이 열악해졌어요. 작가들의 자질이
훨씬 하락한거죠. 그림과 연출실력을 키워나가야 할 때 여러 명으로 팀을
만들어서 손쉬운 대량생산 시스템으로 빠져들었으니까요."

그는 "요즘이 한국만화에서 유례없는 위기"라면서 "정부에서도
출판만화 유통구조 개선이나 창작환경의 인프라 구축에 지원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모씨 이야기'에는 이런 그의 주장과 고백들의
비빔밥인 셈이다.

여러가지 불만으로 '투덜'대면서도 그에게 만화는 "평생을 함께 할
연인"이다. 그는 자신이 만화에 중독되어 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적었다.

"만화의 스토리와 대사에서 볼 수 있는 문장은 문인이 보면 조잡하거나
유치할 수도 있다. 만화의 그림은 화가가 보면 웃음이 날 지도 모른다.
만화의 연출은 영화감독이 보면 기본도 못 지키는 쪼다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들이 합쳐진 만화는 그리 웃긴 존재가 아니다."(2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