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 쇼’ 임박
(125~151)=두 기사 모두에게 2002년은 '도약의 해'였다.
이세돌은 조훈현과 유창혁을 극복하며 '양 이(兩 李)시대 개막'이란
말까지 이끌어냈고, 박영훈은 농심배서 국제 열강들을 상대로 파죽의
4연승을 거두며 초1류로 자리잡았다. 이세돌은 계산 보다는 전투가,
박영훈은 전투보다는 계산을 주 무기로해 과거 조훈현과 이창호 사제
라이벌 관계를 연상시킨다. 둘 모두 '앞' 못지않게 '뒤'로부터도
만만치않은 추격을 받아 이제부터가 시작인 느낌.
133 때 백이 참고도 1에 받으면 4까지 된 이후 흑 A가 짭짤하다. 즉
133은 끝내기를 본 수인데, 그건 싫다고 134로 반발하면서 또 한번
변화가 발생한다. 148까지 일대 교환. 이 득실은 어떨까. 흑이 올린
전과는 33,4호, 그리고 백의 소득은 30집 정도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흑은 '가'의 가일수가 불가피, 백이 선제 끝내기에 나서면 반면으로도
10집 이상 남긴다는 중론.
그러나 여기서 박영훈은 '가'에 지키지 않았다. 뻔한 패배의 길로
걸어들어 간다면 승부사가 아니다. 149를 선수한 뒤 151, 이 수가 승부와
관계없이 박영훈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가슴 서늘한 일착이었다. 그리고
중원에서의 화려한 '공중 쇼'가 이 바둑의 화려한 대미(大尾)를
장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