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중계동 은행 사거리. 아직 방학이지만 오후가 되면서
'○○학원'이란 로고를 붙인 미니 버스들이 은행 사거리로 속속
들어오기 시작한다. 버스 3~4대가 정차한 8층짜리 삼부프라자 건물. 이
건물에만 '오페라 미술교육원' '이화어학원 중계 캠퍼스' '정앤왕
중국어학원' '知캠프클래스 보습학원' '양영민 수학학원'
'드림교육 EFL 영어교실' '미국 학교 Prep School(초·중·고 영어
전문)' 등 7개의 학원 간판이 걸려 있다. '○○외고(대학) ○명 합격'
등의 대형 플래카드까지 가로·세로로 가세하고 있다.
이 건물 옆으로 중앙학원·학림학원, 길을 건너 토피아학원·세일학원
중계분원, 또 한 번 길을 건너 위슬런 입시학원, 다시 맞은 편엔
대성N학원·플러스학원. 모두들 건물의 3~6개층을 동시에 쓰고 있는 대형
입시 학원들이다. 이들 학원 사이사이로 빼곡한 군소 보습학원과
영어·예체능학원들. 학원 박람회가 따로 없다. 은행 사거리에만 대략
200여개의 학원이 있다는 게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추측'이다.
1~2년 전부터 '강북의 대치동'이란 별칭을 얻고 있는 곳이 바로 중계동
학원촌이다.
5~6년 전만 해도 오후 8시만 넘으면 인적이 끊기던 은행사거리. 요즘은
밤마다 학원을 찾는 학생들과 학생을 데려다 주는 학부모들의 차량으로
붐빈다. 대성N학원 과학고 대비반의 경우
중랑구·동대문구·강북구·광진구는 물론이고 의정부에 사는 학생들까지
몰려오는 상황이다. 이 학원 우종선(43) 원장은 "강남 대치동의 유명
단과 강사들까지 은행 사거리에서 강의를 한다"며 "역류까지는
아니어도 대치동과 은행사거리 간에 강사 교류가 자리잡은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우 원장 역시 강남 대치동에서 과탐 강의로 이름을
날린 강사 출신이다.
지하철역에서 멀리 떨어져 교통도 그리 편하지 않다. 그런데도 이 지역은
왜 '강북의 대치동'으로 떴을까. 위슬런 입시학원 김규찬(53) 이사는
"주변에 밀집한 서라벌고·대진고 등 7개 정도의 명문 사립고와 대부분
30평형 이상인 민영 아파트, 그 곳에 사는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이
학원 밀집지역을 형성하게 했다"고 말했다. 또 5년 전쯤 종로학원의
유명 강사들이 은행사거리에 진출해 학림학원을 세운 것도 '강북
대치동' 형성의 큰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후 위슬런·토피아 등
'토착' 학원에 대성·정일 등 프랜차이즈 학원들까지 가세하며
은행사거리는 '강북의 대치동'이란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 지역에서 이름난 특정 고교에 들어가기 위한 위장전입도 갈수록 늘고
있다. 특정 고교에 들어가야 명문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소문을
모르는 학부모는 거의 없을 정도다. 이 때문에 교육당국도 중계1동과
중계본동 등 '일부 지역'에 대한 위장 전입 조사를 적극 검토 중이다.
교육당국엔 "한 집에 4명의 중3 학생 주소가 옮겨져 있다"는 식의
제보성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부모는
"전에는 강남의 대치동 학원으로 보내는 학부모가 많았으나 중계동
학원가가 뜨면서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강북 대치동'은 계속 확장 중이다. 공인중개업체 한터 이장식(48)
대표는 "대로변 건물에서 빈 사무실이 나오면 백발백중 학원이
접수한다고 보면 된다"며 "빈 공간이 나면 연락을 달라는 학원 업체가
우리 업소에만 3~4곳이나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대입 수능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상승하는 게 은행사거리 아파트값"이라고 했다.
같은 중계동이라고 해도 은행사거리 반경 1㎞ 안이냐 밖이냐에 따라
수천만원의 가격 차이가 난다는 게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