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을 쇠고 나면 휴유증을 앓는 주부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명절이 반갑지 않다. 연휴 내내 집안일에서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명절이 다가오면 의외로 많은 주부들이 걱정이나 한숨을
쏟아낸다.

누가 먼저 와서 일을 하는가 하는, 동서 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있는가 하면, 시댁에서 어떻게 하면 일찍 빠져나갈까 머리 쓰기 바쁜
주부도 있다. 또 직장을 핑계로 돈만 달랑 놓고 가는 동서 때문에 종일
언짢았다는 경험도 흔하고, 어떤 집은 아예 명절로 인해 부모 형제,
부부지간에 사이가 벌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명절이 지나고 나면
이혼율이 올라간다는 얘기도 들었다. 물론 모든 가정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면 명절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만 되면 밀리는
고속도로를 아랑곳하지 않고 고향을 찾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

사실 우리들 마음속에는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으로 키워주신 부모님이라는
마음의 고향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남아있는
그 시절을 그리워하면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가는 것이다.

본래 명절은 조상에 대한 감사와 떨어져 살던 부모 형제들이 오랜만에
만나 정을 나누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본래 명절의 의미는
점차 퇴색해 가고 형식만 강조되는 경향이 있어서 더 힘들게 느껴지는
듯하다.

서로 마음을 나누어서 행복하면 명절이 즐겁고 천국이 따로 없다. 조금만
양보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나누다 보면 아름다운 명절이 될 텐데 자기
이익만 챙기려고 하니까 괴로운 명절이 되는 것이다. 나 자신도 명절을
대하는 마음이 잘못되었음을 요즘 깨닫고 있다. 명절을 통해 주위에 먼저
베푼다는 생각은 고사하고 어떻게 하면 좀더 편하게 보낼 수 있을까만을
염두에 두고 살아온 것 같다. 마음 씀씀이에 따라 내 마음은 물론이고
주변이 지옥이 될 수도 있고 천국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車慧淑 주부·대전시 유성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