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방송된 SBS 드라마 '야인시대'의 한 장면. 일본 야쿠자들과 종로
패거리인 문영철, 김무옥과 대결이 펼쳐지는데 시라소니가 나타난다.
"그만들 하라우, 그만들 해. 여긴 어쩐 일이가? 거 여뎐하구만, 여뎐해.
거 내 팅구야."
거친 눈빛, 삐죽삐죽 솟은 머리카락, 착 가라앉은 목소리, 걸죽한 평안도
사투리까지…. 시라소니는 실실 웃음을 흘리면서도 단 한번에 좌중을
제압한다.
'야인시대'가 2부로 접어들면서 '의리의 주먹' 김두한은 정치판으로
뛰어든다. 거친 싸움을 절제하는 김두한을 대신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인물은 단연 시라소니 조상구(48)다.
젊은 시청자들에겐 낯선 얼굴일지 몰라도 조상구는 영화 '지옥의
링'에서 '까치'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성격 강한 영화배우. 8년 남짓
스크린에서 통 볼수 없던 그를 '문득' 떠올려 캐스팅한 '야인시대'
제작진은 스튜디오에 모습을 드러낸 조상구에게서 살아있는 시라소니를
발견했다.
"시라소니, 남자라면 누구나 탐낼 배역 아닙니까. 제가 원래 마초
기질이 있거든요. 배역이 채 확정되기도 전에 탈북자들을 만나 사투리를
배우고 액션을 연습했어요. 그 만큼 꼭 해보고 싶었던 역이예요."
조상구는 이현세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속 '까치'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이현세씨와는 경주 월성초등학교에서부터 경주고등학교
때까지 내내 붙어다닌 사이다. 86년 영화 '이장호의 외인구단'에서
투수 조상구역으로 주목받은 뒤부터 그는 아예 '조상구'를 본명
'최재현' 대신 예명으로 쓰고 있다.
그를 말할 때 빼어놓을수 없는 게 또 있다. '외화 번역 전문가
조상구'다. 깡패역으로 영화판을 전전하며 막노동까지 하던 시절,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아르바이트'였지만, 연기를 해 본 사람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실감나는 번역자막으로 이름을 날렸다.
'타이타닉'으로부터 'LA컨피덴셜' '맨인블랙' '피아니스트'등
굵직굵직한 외화의 극장 상영용 자막은 모두 '조상구 번역'이었다.
"외화 번역가로 나름대로 이름을 날리면서도 매일 허기가 졌어요.
대사를 번역하면서 내가 이 연기를 하면, 참 잘 할 수 있을텐데….
끔찍하게 안타까웠죠."
애착이 가는 배역을 맡은 만큼 그는 시라소니에 대한 자기 생각을 장형일
PD에게 거침없이 풀어냈다고 한다. 조상구는 "싸울 때는 '들개'처럼
거칠면서도, 평소에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천진난만한, 생활인으로서의
시라소니를 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 제가 작가님한테 김두한과 시라소니가 맞붙게 해달라고 조르고
있어요. 영철이형(김두한)도 '우리 둘이 싸워야 드라마가 산다'고
하더군요. 모처럼 거친 액션에, 눈 찢어지고 코피 터지기도 하지만
구마적과 김두한의 싸움 같은 흥미진진한 대결을 시청자들에게 꼭 보여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