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혁(25·춘천시청)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지난 97년 월드컵 1000m에서 한국 빙상사상 첫 세계신기록, 지난 2001년 1500m 세계신기록…. 이규혁은 불모지인 한국 동계 종목을 대표하는 간판스타였다. 아버지 이익환(57)씨, 어머니 이인숙(47)씨가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에서 나란히 국가대표 선수및 감독을 지냈고, 동생 이규현(23)도 이번 대회에 피겨 대표로 참가한 빙상가족 출신이다.
하지만 그는 ‘불운의 스타’였다. 월드컵 등에서는 펄펄 날던 이규혁은 종합대회에만 나가면 부진을 면치 못했다. 99년 강원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만져보지 못했고, 2002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에서도 땅을 치며 아쉬워해야만 했다.
이규혁은 이번 대회에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에 금메달을 못 따면 군입대를 해야할 상황. 지난해 말 캐나다 전지훈련을 시작으로 개인코치인 제갈성렬 코치의 지도 아래 매일 4만m를 달리는 강훈련을 쌓았다. 1m74인 이규혁은 80㎏이 넘던 체중이 75㎏으로 빠졌지만 하체 근육은 더욱 불거졌다.
이번 시즌 전국스프린트선수권에서 지난 97년 제갈성렬에 이어 5관왕에 올랐고, 지난달 세계스프린트선수권에선 종합 6위를 차지하며 라이벌인 시미즈 히로야스(일본)를 꺾어 자신감을 찾았다.
"제가 우승한 것도 좋지만 후배들이 잘해 줘서 한국 선수들이 나란히 시상대에 처음 서서 더욱 기쁩니다."
이규혁은 “이제 겨우 풀리지 않던 매듭을 풀어낸 느낌”이라며 “1000m에서도 최선을 다해 2관왕에 도전하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 미사와(일본)=조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