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월31일 일본 국회에서 행한
시정연설(施政演說)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 포기를 위해 국제 사회와
적극 협력해 가면서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 작업도 병행해 나갈 뜻을
밝혔다. 또 침체된 일본 경제 회복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고이즈미 총리는 "일·북 평양선언(작년 9월17일)에 기초해 국교
정상화에 임할 것"이라며 "북한에 대해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를
요구함과 더불어 핵무기 개발의 포기를 강력히 요청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월드컵 공동 개최 성공을 계기로 보다
긴밀한 관계가 됐다"며 "미래 지향적인 우호·협력관계를 한층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노무현(盧武鉉) 신 정권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총리의 이날 시정연설은 북한과 이라크를 비롯한 국제문제도
언급했지만, 주된 관심사는 역시 '경제'였다. 그는 연설 서두부터
"일본 경제 재생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상징'이었지만 "된 것이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각종
경제 개혁 조치들도 계속해 나갈 뜻을 밝혔다. "부실 채권과 재정 적자,
디플레이션이 복합적인 일본 정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부실
채권 처리에 전력을 기울여 금융 위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고이즈미 총리의 연설에 대해 부정적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디플레이션 극복 등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 제시가 없었다"면서 "정책 수단 동원에 손발이 묶인 것 같은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최대 부수의 요미우리(讀賣)신문 역시
"구체적인 정책이 없어 국회에서 여·야당으로부터의 정책 전환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작년 연설에서
"2003년에는 개혁의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올
연설에서는 그런 언급이 아예 빠져버렸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와 함께 올해는 미국의 페리(Perry) 제독에 의해
일본이 개항된 지 150주년이 되는 해라면서 "미국과의 관계는 향후
우리나라의 평화와 번영의 기초"라고 미·일관계 발전을 특별히
강조했다. 이날 함께 연설한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상도
"미·일관계는 우리나라 외교관계의 기축"이라고 강조, 눈길을 끌었다.

(東京=權大烈특파원 dykw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