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스포츠와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랠프 두벨
(Ralph Doubell·58)씨의 의견은 분명했다. "세계적인 선수를 만들어
내는 일이 우리의 비즈니스"라면서도 "선수의 전성기는 10년
안팎인데, 운동에만 매달리면 나중에 어떻게 사회에 적응하겠느냐"는
것이었다. 선수들의 기량을 높이기 위해 한국의 태릉선수촌 같은
합숙훈련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대한 반문이었다.
두벨씨는 호주 시드니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 뉴사우스웨일즈 스포츠
인스티튜트(New South Wales Institute of Sports·NSWIS)의 사무총장.
주 정부와 스폰서의 지원을 받아 주 전역에서 뽑은 26개 종목 선수
750여명에 대한 훈련과 기구 운영을 총괄한다. 이곳 선수 중 79명이
작년 영연방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 금28·은18·동18개를 따냈다.
하지만 NSWIS는 선수들에게 '운동기계'로의 길만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선수들이 훈련시간을 피해 학업이나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학교,
직장과 협약을 맺는다. 또 선수들의 학업 진로와 직업 안내·관리 등에
대한 상담을 하고, 컴퓨터·자산관리·대중연설 같은 외부 강좌를 연결해
준다. 합숙훈련이나 선수 수당에 예산을 쓰지는 않는다.
수영 선수 제이슨 크램(Jason Cram·21)은 '자기 계발'에 힘쓰고 있는
대표적인 예. 그는 네 살부터 수영을 시작, 16세에 NSWIS에 들어온
'스포츠 영재(英才)'다. 작년 영연방대회와 범태평양대회
800m 계영에선 금메달을 땄다. 세계 최고의 수영 스타 이언 소프가
훈련 파트너. 고된 자신과의 싸움을 하면서도 시간을 쪼개
운동강사(Gym Instructor) 자격증을 따놨고, 스포츠 지도자 과정도
거의 마친 상태다.
이곳에선 소프처럼 운동 하나로 부와 명성을 누리는 일이 특이한
경우에 속한다. 두벨 사무총장만 해도 멜버른대학 이학사 학위를 땄고,
1968년 멕시코올림픽 육상 800m서 우승했으며, 미 하버드 대학 경영학
석사(MBA)를 거쳐 뉴욕·런던 등서 은행가 경력을 쌓은 뒤 2001년 초
NSWIS로 부임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있는 타카푸나(Takapuna) 그래머 스쿨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농구 명문 고교다. 작년 전국 랭킹은 남자부 3위, 여자부가
2위다. 올해부터는 2002 남자 농구 세계선수권서 뉴질랜드를
4강에 올려놓은 탭 볼드윈 감독 등 남녀대표팀 지도자 3명을 기술
고문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엘리트 학생 선수를 키우는 일만이
전부가 아니다. 이 학교 농구팀의 마이크 로저스 감독은
"선수들은 학업에 대한 의무가 있으며, 학교는 선수들이 운동 뿐
아니라 인생에 대한 설계를 하도록 힘쓸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화두(話頭)는 역시 '균형잡힌 삶'이었다.
(시드니(호주)·오클랜드(뉴질랜드)=성진혁기자 jhs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