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새 정부 정책방향을 제시함에 있어 법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어 걱정된다. 정권이 바뀌면 새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그러면 법을 제정하고 개정할 필요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인수위가 연일 내놓고 있는 정책을 보면 새 정부를
이끌어 갈 사람들이 법을 단순히'도구'정도로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노무현 당선자의 대선공약인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만 해도 그렇다.
재벌의 변칙상속을 막기 위해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하려면 법개정이
필요하나 이를'법해석을 바꿔서라도'조기에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법개정 없이 이런 제도를 추진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을 허용하기 위해 법을
개정하겠다거나, 장·차관의 임기를 보장하기 위한 법을 제정하겠다는
것도 법만 바꾸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잘못된 법률관(觀)이 표출된
것이다. 이처럼 법을 편의주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법치주의란 법다운
법에 의한 통치라는 근본정신에 어긋난다. 대법원에 의해 위법판정을
받은 낙선운동을 되살리기 위해 법을 개정하는 것 역시 그것의 당위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정치적 일방통행일
뿐이다.

인수위의 이 같은 자세 때문인지 공정거래위원회도 법개정 전이라도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서 재벌총수나 친인척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현황을 완전히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처럼 목적만
좋으면 법절차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식의 풍조가 만연하면 법치행정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다.

만일에 인수위가 정권만 장악하면 법률 정도는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매우 위험하고 단선적 사고방식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인수위는 헌법에 근거를 둔 법치주의가 모든 국가정책의 뿌리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