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다10만원씩 들어오는데 얼마나 고마운지... 돈이 안 적냐고예?
어데예...진짜 큰돈이라예"
오순월(67) 할머니는 임종도 경위(38·여)의 손을 잡고 고맙다는 말만
계속 했다. 10년전 아들을 병으로 잃고 손자 이상춘(16)군과 손녀
이상미(14)양을 10만원짜리 월세방에서 키워온 오 할머니의 손에는 굵은
주름만이 가득 찼다.
설을 이틀 앞둔 30일 낮 부산 연제구 연산로터리 근처 한 중국요리집에는
따뜻한 인정의 온기가 피어올랐다. 부산지방경찰청 800여명의 직원들이
월급날마다 1000원씩 모아 연산동·거제동 일대의 소년소녀가장 다섯
세대에 10만원씩 도와온지 다섯달째.
별다른 명칭이나 변변한 행사 사진 한 장 없는 이 숨은 선행의
주인공들이 설을 맞아 한자리에 모였다. "보여주려고 하는 일이
아니다"며 다른 직원들은 한사코 자리를 피했고 성금 전달을 맡아온
경무계 임 경위가 오 할머니와 다섯 명의 소년소녀가장과 점심을 함께
했다. 경찰청 직원들이 지난해 추석 무렵 일회성 이웃돕기 말고 어려운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도와보자며 뜻을 모았고 파출소들의 추천을 받아 임
경위가 각 가정을 돌아다녔다. 임 경위는 "세평도 안되는 단칸방에
그럴듯한 부엌 세간살이 하나 없는 집도 있었다"며 "직원 모두
부담없이 조금씩 돕는 거라서 이야기꺼리도 못된다"고 얼굴을 붉혔다.
유산슬·탕수육·쟁반자장이 차려진 식탁 앞에서 소년소녀 가장들은 한
점 그늘없이 밝고 씩씩했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조경훈(18)군은
"돈보다도 지켜봐주는 분들이 계시다는 게 더 큰 힘이 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 시간여의 점심식사 뒤 설맞이 선물세트를 안고 종종걸음을
재촉하는 다섯 청소년들의 가슴은 매서운 겨울바람이 무색한 온정으로
훈훈하게 덥혀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