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씨가 6년간 기록사진을 찍은 용담댐 인근 수몰지역을 배경으로 서있다.


사진작가 이철수(李鐵洙·53·전주시 완산구 고사동)씨가 지난 6년간
전북 진안군 용담댐 수몰(水沒) 지역을 누비며 찍은 흑백사진
2만4000여점을 묶어 500페이지에 달하는 사진 자료집으로 펴냈다. 이처럼
수몰 지역을 장기간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사진 자료집
출간은 이씨가 처음이다.

이씨는 댐 공사 착수 전인 95년 말부터 2001년 10월 준공 때까지 6년간
카메라를 메고 수몰 현장을 찾았고, 이 사진들을 1년여 만에
주제·지역·촬영시기별로 번호를 붙여 정리했다.

"정든 고향에서 밀려나는 산골 주민들의 눈물어린 애환을 담았어요.
설이 되어도 물에 잠겨 찾을 수 없는 땅, 사진들을 넘기면 당시 생생한
삶의 영상들이 전율로 다가옵니다."

그가 용담댐 수몰지 다큐 작업을 맘먹은 것은 서울예전 사진과를 졸업한
이듬해인 95년 봄. 전북도청 앞에서 진안 5개 면 수몰예정지 주민들의 댐
건설 반대시위를 목격하면서부터. 그을리고 깊게 주름진 얼굴,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절규하는 노인들을 지켜본 뒤 '사라지는 산골 휴머니티
세계를 담겠다'며 카메라를 챙겨 지프를 몰았다.

마을회관과 경노당에서 잠자리를 얻어 자면서 지난 6년간 매주 2~3일씩
수몰지역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사진을 찍었다. 촬영은 마을 산천과 집,
빨래터, 줄넘기하는 어린이, 나물 캐는 할머니, 생일잔치, 농부의
일상사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뭐하러 찍느냐」는 핀잔으로 귀가 아팠습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안쓰러웠던지 '밥 먹고 가라'고 불러주는 주민들이
늘어나더군요."

해가 바뀌면서 이삿짐을 꾸려 정든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기에 앞서 문짝 창호지를 뜯어낸 뒤
마당에 상을 차리고 이웃사람들과 '저승에서 만나자'며 울먹였다.

평생 홀로 살다 도시로 떠나는 시각장애 할머니, 굴착기에 의해 5분 만에
헐리는 집을 바라보며 소주를 들이켜다 넋을 놓은 할아버지도 앵글에
담았다. 눈물 속의 중학교 마지막 졸업식을 찍은 얼마 뒤, 카메라는
운동장에 고정돼 교실이 헐리는 과정을 연속해 찍었다.

"사진 속의 주인공 3000가구 모두가 서러운 이웃이었어요. 주민들과
함께 울어버리는 바람에 초점을 흐린 사진도 많습니다. 집안일은
뒷전이면서 수몰지 관혼상제는 모두 챙겼어요."

댐이 완공되면서 갇힌 물은 적군처럼 개울을 넘어 논밭과 동네로
밀려들었다. 수몰 장면을 찍기 위해 허리춤까지 올라온 찬물 속을 여러
번 넘나들었다.

이씨는 전주에서 직장을 다니다 지난 83년 천진스럽게 뛰노는 전남
나로도 아이들을 사진에 담아 스포츠신문에 공모, 입상한 것이 계기가 돼
사진작가로 입문했다. 그는 사진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위해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93년 서울예전 사진과에 입학했다고 한다.

이씨는 현재 폐교된 임실군 오궁초등교 교실 두 칸을 임대해 작업실과
창고로 쓰고 있다. (063)643-4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