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항상 강조하시던 말씀 중에 '아껴야
잘산다'라는 말이 있다. 얼마 전 동네 아파트단지에 버리려고 내놓은
장롱과 어항·책꽂이 등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앞으로 몇 년은 거뜬히 쓸
수 있는 물건들이었다. 버린 사람이야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너무
아까워 책꽂이를 집으로 가져와 대강 손질을 했더니 새 것처럼 멀쩡했다.
요즘은 생활방식이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많은 물건들이 정들만 하면
어느새 유행에 밀려 구식이 되어버리기 일쑤이다. 새 것의 유혹에 넘어가
새롭게 단장하려니 경제적으로 아끼며 살 틈도 없이 벌면 쓰기 바쁘게
살고 있는 우리이다. '죽어라 벌어서', '죽어라 쓰고', '죽어라
버리는' 생활의 반복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아껴쓰고 보살피면 더욱 오래 쓸 수 있는 방법은 연구하지 않고, 좀더
벌어 좋은 걸 사려고 발버둥치고 있으니, 삶을 즐길 여유 없이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현명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
(盧志昊·25·대학생·충남 아산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