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앙굴렘에서 열린 제30회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최고
인기 작가는 아트 슈피겔만(Spiegelman)이었다.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만화로 형상화한 「쥐」로 지난 1992년 퓰리처상을 받은 슈피겔만은
만화를 통한 현실 참여를 실천해 오면서, 만화의 새 지평을 연 공로로
앙굴렘에 초대됐다. 슈피겔만은 지난 24일 취재진과 일반 독자들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갖은 데 이어 25일 그에게 단독 인터뷰를 신청했던
언론인들과 별도의 만남을 가졌다.
슈피겔만에 대한 국제 만화계의 관심이 높은 것은 그가 현재 9.11 테러의
충격을 담은 만화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초부터
미국의 더 포워드, 독일의 디 자이트, 프랑스의 쿠리에 앵테르나쇼날 등
주간지에 9.11 테러의 의미를 성찰하는 만화 「사라진 탑들의 그림자
안에서」(In the shadow of no towers)를 연재하고 있다. 휴대용
재털이를 들고 다닐 정도로 애연가인 그는 줄담배를 피우면서 "9월11일
두 개의 탑(월드 트레이드 센터)이 무너질 때 나는 거기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라며 "나는 달음박질 치면서 죽을 지도 모르겠다고
무서워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달리면서 나는 당장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지만, 만화가로 뭔가를 할 수 있을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9.11이 터진 지 6개월 뒤부터 나는 충격을 증언하기
위한 작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는 직접 체험을 담은 컷을 비롯해
9.11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그 사건에 대한 상징적 한 컷 등등
서로 다른 4개의 그림체를 이용해서 매회 한 편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
(슈피겔만은 타블로이드 신문 형으로 1쪽 전체를 세로로 차지하는 작품
한 편을 선보이면서 설명했다.) 나는 9.11의 파편들을 끌어 모아 그
본질을 찾으려고 한다. 이 한 쪽을 그리기 위해 2~3주가 소용되지만,
나는 24시간이 지나면 잊혀버리는 언론과는 달리 내 만화가 더 오래 살아
남기를 바란다."
뉴욕에 사는 유대인으로서 슈피겔만은 9.11 이전까지는 자신을 뿌리 없는
국제주의자로 여겼지만, 그 사건의 현장을 체험한 뒤 뉴욕 시민으로서의
연대감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그는 "오사마 빈 라덴과 아울러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나란히 공포를 느끼기 때문에 「사라진 탑들의 그림자 안에서」를 그리고
있다"며 "이라크와 북한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슈피겔만은 만화를 가리켜 코믹스, 카툰, 픽쳐라고 지칭하면서도, 때때로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그래픽 아트+소설)이라는 용어도 사용했다.
만화를 순수 예술 장르로 높이는 데 기여한 작가답게, 그는 자부심과
소신에 꽉 차있었다. "갓난 아이의 경우, 어머니의 웃는 얼굴을 보고서
그 도형적 형태를 곧바로 뇌에 각인 시켜서 미소의 보편적 의미를 깨닫기
시작한다는 것이 과학적 연구 결과로 나왔다. 만화는 그렇게 인간의 사고
형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특히 만화는 도형적 표현을 통해 아이들에게
「힘들지 않는 가르침」을 전달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 만화를 교육에
이용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고, 성인 만화로 분류됐던 내 책 「쥐」가
요즘에는 대형 서점의 어린이 책 코너에도 꽂힌다. 만화가 미술관에
전시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나는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독일 베를린에서
지난 10년 동안 내가 그린 뉴요커(미국 주간지)의 표지 그림과 일부
만화의 컷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