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아라크네라는 처자가 나온다. 길쌈하고 베 짜는 솜씨가
빼어나 가히 신기(神技)였다. 교만 역시 하늘을 찔러
직녀신(織女神)이기도 한 아테나마저 이길 수 있다고 뻐겼다. 노한
아테나는 노파로 변장해 솜씨를 겨룬 끝에 아라크네를 거미로 만들어
버렸다. 이때부터 거미는 평생 실을 내 그물을 짜는 형벌에 시달린다.
사람들이 거미를 싫어하는 아라크네포비아(Arachnephobia)도 아테나의
저주 탓이라 한다.

특정 대상이나 처지를 병적으로 두려워하는 '포비아'는 뜻밖에
다양하고 보편적이다. 학자들이 유형화한 포비아만 500가지에 이른다.
미국 성인의 18% 가량이 포비아를 지니고 있다는 조사도 있다.
폐소(閉所)·개소(開所)·광장·고소(高所) 공포증이나, 쥐·거미·뱀
따위를 싫어하는 동물공포증(Zoophobia)은 흔한 편이다.
나무·달·구름·마늘 따위를 사진으로만 봐도 기절초풍하는 사람들도
있다. 러시아 사람만 보면 불안해지는 러시아포비아에, 갑자기 발기가
될까 두려워 하는 발기공포증까지 있다.

의학자들은 80년대부터 광장공포증과 분리해 사회공포증(Social
phobia)을 연구해 왔다. 남이 나를 우습게 보지나 않을까, 누가 내게
말을 걸어오지 않을까 늘 두려워하는 사회불안장애다.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 가운데에도 앞에 나와 연설하거나 발표하기를 과도하게 두려워 하는
경우가 있다. 카메라·마이크·스테이지 공포증이 그런 것들이다.
학자들은 급속한 인터넷 보급이 사람끼리 접할 기회를 박탈하면서
대인장애와 사회공포증을 양산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주말 인터넷 대란 와중에 많은 네티즌들이 거꾸로 좁은
밀폐공간을 싫어하는 폐소공포증 내지 공황장애를 토로했다. "세상에서
단절된 것 같다" "물이나 전기가 끊긴 것보다 답답하다" "9·11
테러보다 더 충격적이다"…. 세상과 통하는 창구였던 인터넷이 일시에
끊겼기 때문이다. 이들은 역(逆) 사회공포증을 맛본 셈이다.

자나깨나 컴퓨터를 끼고 살던 인터넷 매니아라면 인터넷 대란을 겪은
이 참에 오프라인 세계, 아날로그 세상으로 나서 볼 만하다. 오래 못 본
친척·친구도 만나고 책도 읽고. "사람은 사회 속에서 안정감을
찾는다"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말은 인터넷시대에 더욱 값지다.

(吳太鎭 논설위원 tjo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