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프랑스에서는 재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 경제인
단체인 '프랑스 기업 운동(Medef)'의 에른스트 앙트완
셀리에르(Seilliere) 회장은 지난 19일 "우리는 정부에 대해 주 35시간
노동제의 유연화, 정년 근무 연한의 자유화, 세금 인하 등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셀리에르의 목소리가 높아진 데는 다 까닭이 있다. 사회당과 공산당,
녹색당이 연합한 좌파 정권 시대(1997~2002년)에도 Medef 회장을 맡았던
셀리에르는 지난 14일 Medef 총회에서 98%의 지지를 얻어 회장으로
재선됐다. 그는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가 이끈 좌파 정부에 맞서 주당
35시간 노동제 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기업 입장 대변에 주저하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조스팽과 셀리에르는 국립행정학교(ENA)
동기동창이지만, 두 사람의 단독 회동이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을 정도로
지난 5년 동안 정부와 재계는 불편한 관계였다.

그러나 작년 이후 집권 중인 중도우파 정부의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는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Medef 총회에 참석, 회장직을 다시 맡은
셀리에르의 위상을 높여줬다. 셀리에르가 먼저 연설을 통해 "조스팽
정부 시절에 기업인들은 무시당하고 종종 경멸당했다"라고 말한 것에
화답하듯, 라파랭은 "우리는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기업의 투자와 상속을 독려하기 위해 재산세 개혁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라파랭의 이날 행보에
대해 AFP 통신은 '국가와 기업의 화해'라고 불렀다. 셀리에르와
Medef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부의 변화를 다그치고
있다. 과거 좌파정권 때는 보기 어려웠던 현상이다. 요즘의 한국
경제인들에게는 부러운 이야기일 것이다.

(朴海鉉·파리특파원 hh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