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심장수술 등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외과 분야를 외면하고
있는 현상은 어떻게 해서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이러다가
중국이나 필리핀 등지에서 들어온 의료인력이 심장 수술을 전담하는
사태가 초래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지경이다.

치료방사선과나 임상병리과 등 필수 의료분야 지원자가 줄고, 피부과·
안과·이비인후과 등 개업해서 돈을 벌기 쉬운 분야로 몰리는 현실도
의료인력 수급의 기형화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벌써 일부
종합병원에서는 레지던트가 없어서 큰 수술을 맘대로 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의사들이 힘들고 고된 수술 분야를 기피하는 것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어 보인다. 심장수술 수가가 쌍꺼풀 시술료보다 싼 현실에서, 자칫
멱살을 잡히거나 소송을 당하기 일쑤인 외과 수술 분야를 지키라고
강요만 하기는 어렵다. 의사들이라고 해서 히포크라테스의 희생정신을
무작정 요구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리스크가 크고 힘든 업종에는 그만한 사회적 존경과 경제적 대가가
보장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수가 체계가 그대로 존속하는 한, 외과
의사들의 엑소더스는 막기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고난도의 수술기법을
익힌 외과 의사들이 돈 벌기 쉽고 시술이 간편한 대장이나 항문 분야
진료로만 몰리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기도 하다.

따라서 보건당국은 국민적 이해를 구하면서 현재의 왜곡된 건강보험 수가
시스템을 재편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의료보험을 도입하면서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강조하기 위해 이용 빈도가 높은 감기 등
소액진료 항목의 보험혜택을 무리하게 확장시켰던 것인데, 건강보험이
갖는 본래적'위험분산 기능'을 살리기 위해서도 암이나 심장 수술 등
중증 질환의 수가를 재조정하는 급여 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