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불과 9시간동안 벌어졌던 사상초유의 인터넷 불통 사태는 사이버 세상을 순식간에 ‘암흑’으로 만들면서 네티즌 사회에도 엄청난 충격을 안겨다 줬다. 웹사이트가 차단되고, 인터넷 예약이 이뤄지지 않고, 이메일이 중단되면서 큰 혼란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온라인 게임(인터넷에 접속해서만 즐길 수 있는 게임)과 무선인터넷을 탐닉하고, 인터넷 매체에 의존하던 20~30대들에게는 심각한 금단(禁斷)증세와 무기력증을 일으키는 등 이른바 ‘e패닉(공황) 현상’마저 초래했다.
게임 매니아인 박모씨(34)는 “25일 오후 갑자기 인터넷이 다운되면서 게임이 중단된 뒤 온갖 수단을 써 보았지만 소용없었다”면서 “인터넷을 못하니 하루종일 안절부절해하면서 새벽까지 잠도 못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터넷 매니아인 이모씨(22)은 “오후 내내 인터넷이 되는 곳을 찾아 친구집과 PC방을 돌아다녔지만 허탕만 쳤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매체들도 거의 업무가 마비됐다. 인터넷 매체들은 인터넷이 마비되는 바람에 취재한 내용을 전송하는데 애를 먹었고, 간신히 전송해도 독자들이 사이트에 접속을 못해 사실상 업무가 중단됐다.
이번 사태는 산업적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불러왔다. 특히 PC방이나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은 업무에 큰 공백을 빚었다. 쇼핑몰업체인 인터파크의 경우 지난 주말 설 특수를 겨냥, 6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했으나 인터넷 마비 사태가 시작된 25일 2시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 인터파크 이현정 과장은 “최소 1억원 이상 매출이 줄어들었다”면서 “책임 소재가 가려지는 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의 인터넷 서점인 예스24도 25일 매출이 1억9000만원으로 평소 주말 때보다 30% 가량 줄어들었으며,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도 평소에 비해 거래건수가 급감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영희(여·50)씨는 "토요일 오후에는 돈을 미리 내고 게임을 하는 초등학생들이 많은데 오후 3~8시까지 인터넷 연결이 전혀 안돼 100여명에게 환불을 해줘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의 노래방기기 업체인 태진미디어 컨텐츠팀의 노효진(여·26)씨는 “전국의 노래방과 대리점의 기계 수만 대에 신곡과 영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줘야 하는데 업무가 마비됐다”고 말했다.
항공·철도·고속버스 등 대중 교통수단도 인터넷 예약이 마비돼 혼란을 빚었다. 평소 인터넷 예약 비중이 59%에 이르는 철도의 경우 이용객들이 일제히 전화로 예매 창구를 변경하는 바람에 종일 전화 접속이 어려웠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터넷 구매 비중이 10~15% 수준이라 큰 불편은 없었으나 평소보다 20~30% 전화 상담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고속버스도 10% 안팎에 이르는 인터넷 예약 이용자들이 전화로 예약을 시도하면서 접속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제디지털대·한양사이버대·원광디지털대·대구사이버대 등 사이버 대학들에서는 인터넷 시스템의 불통으로 다음달 초까지 받고 있는 입학원서의 접수 업무가 이날 하루 마비됐다. 1주일 전 국내 취업을 위해 캐나다에서 귀국한 심모(30·경기도 안양)씨는 “이메일을 통해 이력서를 보낸 회사들이 면접일정을 이메일로 알려준다고 했는데 확인할 수가 없어 답답했다”고 말했다.
26일 치러진 토익(TOEIC) 시험 응시생인 정모씨(27)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수험표를 내려 받아야 하는데 인터넷 불통으로 밤늦게 까지 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행정 관청은 토요일 오후였기 때문에 시민들의 불편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전자정부 홈페이지(www.egov.go.kr)도 이날 접속이 불가능해 각종 민원 안내 4000여종과 민원 신청 서비스 393종이 중단되면서 민원인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밖에도 금융기관의 인터넷 뱅킹이 마비되는 바람에 대부분의 직장이 월급날인 25일 각종 금융거래 조회나 계좌 이체를 하려던 최소한 수만명의 고객들이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