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노조원 배달호씨 분신자살 사건을 계기로 사용자측의 노조상대
가압류·손해배상소송이 문제가 되고 있다. 불법 파업에 대해 사용자측이'방
어권'행사 차원에서 제기하는 것이라 해도 노조측이'신종 노동탄압'
행위라고 몰아세우는 이 문제를 돌이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최근 민주노총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상 능력과는 관계없이 노조
간부 한 명에게 100억원이 넘는 돈을 가압류하는 등 노조원들에게
수백억원씩의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청구된
총액이 50개 기업에 무려 2200억원을 넘는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사용자측은 손해배상 소송이 불법파업에 대항하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측이 소송을 남발함으로써 손해배상
청구행위가 '노조탄압'으로 비치게 되면 소송제기 행위의 정당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불법파업을 자행한 노조측이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애당초
문제의 출발이 노조측 불법파업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파업
지상주의에 얽매여 무리하게 불법 쟁의에 돌입하고, 이후 노사화합이라는
명목으로 불법행위를 눈감아 달라고 요구하는 식의 그릇된 관행은 노조에
대한 국민인식을 악화시켜 왔다. 그로 인해 향후 노조 가입 기피로
노조조직률이 떨어지고, 영국이나 일본 등 해외사례에서 보듯이 노동계가
몰락하는 파국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사실 노조 상대 손해배상 제기를 부추긴 것은 노동부였다. 노동부는
지난 90년 10월 불법쟁의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적극
활용하라는 지침을 근로감독관들에게 내린 바 있다. 그래 놓고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제와서 뒷짐을 지거나 태도를 바꿔서는 곤란하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노동부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