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초 청계천 복원 공사 착공을 앞두고 청계천이 술렁이고 있다.사진은 청계천 상가를 찾은 시민들이 물건을 고르는 모습.<a href=mailto:wjjoo@chosun.com>/주완중기자 <


세운상가에서 20여년 동안 전자부품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진영(49·동양전기 대표)씨는 청계천 복원을 앞두고 불안한 심사를
감추지 못했다. "오는 7월 고가철거 공사가 시작되면 교통혼잡으로 손님
발길이 줄어들 텐데, 어디가서 장사해야 합니까?"

이씨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청계천 복원 발표 이후 대로변 5~6평
가게 권리금이 1억원에서 5000만~6000만원으로 급락했죠.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매출이 줄어드는 마당에 공사가 시작되면 영세 상인들은
하루아침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겁니다."

"공사 기간 중 청계천 양쪽에 각각 2차로 이상씩 도로를 확보해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는 서울시의 대책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청계천 인근 도로는 화물을 부리는 각종 차량들이 차로를 점령하는
바람에 항시 극심한 교통혼잡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시정개발연구원이 작년 10~12월 상인 107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인들은 '교통혼잡'(25.03%)과 '매출액 감소'(19.64%)를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휘장가게를 운영 중인 박영헌(49)씨는
"특히 의류·전자·신발 등 도매비율이 높은 업종은 주차공간 부족 등
교통문제가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면도로 건설 등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상권 보호를 위해 하천 폭이 넓은 구간의 경우 도로를
1~2차선 더 늘리고 화물조업 주차공간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웅재 청계천상권수호대책위원장은 "공사로 인한
교통대란 및 소음·먼지 등으로 40~50년 동안 형성된 상권이 하루아침에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쾌적한 환경을 되살리고 주변 지역 개발을 촉진하자는 청계천
복원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청계천 뒷골목은
슬레이트 지붕에 30~40년 된 낡은 단층건물들로 들어차 도심 슬럼화
조짐마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청계천 복원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최대진(54) 효진부동산 대표는 "청계천 복원 추진 발표 이후 상가
권리금은 30~50% 하락한 반면, 가게나 토지 매매값은 환경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5~10% 정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청계
벽산아파트의 경우 27평형은 1억8000만원에서 2억4000만원, 45평형은
2억8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상승했다.

철골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건수(53)씨는 "청계천은 도심에 적합하지
않은 업종과 노후된 주변 환경 등으로 상권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청계천 복원이 상권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계공구·철물·소방설비 등 일부 상인들은 청계천 복원 후 별도의 이전
부지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지난 80년대 후반
정부는 구로와 시흥에 공구단지를 마련해 일부를 이전시켰지만 별다른
효과 없이 또 하나의 전자상가를 만드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용산전자상가나 구이동 테크노마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롯데조명 오창렬(34) 차장은 "공구·전자상가 뒷골목에 있는 소규모
영세 공장들은 청계천에서 판매 중인 상품 일부를 제작하는 등
주문·하도급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나태준 부연구위원은 "업체당 30여개의 거래처를
두고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어 이전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슷한 업종끼리 몰려 생기는 상권 프리미엄을 살리는
방안으로 자체 민간 재개발을 통해 아파트형 상가·공장을 건설하는 것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상인들이
고층 건물을 짓고 기존 업체가 입주하면 적극 지원하겠다"며 "청계천
전체를 몇 개의 구역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재개발을 진행하면 기존
상권을 유지하면서 상가 현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