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피 중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미국 경제지(經濟誌) 포천과 가진
인터뷰에서"김대중 대통령이'잠시 피해 있으라'고 권했다"고 한 주장은
그 진위가 시급히 밝혀져야 한다. 김우중씨는"고위관리들이 사법 책임을
면해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해 그의 도피에 정치적 뒷거래가 있었음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우리는 쫓기며 유랑하는 곤한 처지의 김씨 주장을 100% 믿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그가 전혀 없는 얘기를 날조했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그의
도피에는 정권과의 밀약설이 따라 다녔었다. 그가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은 것도 이 정권 들어서였다. 포천은 김씨가
자유롭게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데도 한국 정부가 그에 대한 인터폴
추적을 탐탁잖게 여긴다고 보도했다. 보도대로 김씨의 출국과 도피가
정치권의 보호 내지 묵인 아래 이뤄졌다면, 정권과 김씨 사이의 정경유착,
즉 정치자금 수수에 관한 진실을 가리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이와 별도로 김씨가"체면 때문에 귀국 못하고 있다"고 한 것은 매우 낯
뜨거운 언급이다. 대우그룹 간부들이 중형을 선고 받아 감옥에 가고 재산을
압류당하는 상황에서'체면'운운할 수 있는가. 자신을 따르고 충성했던
부하들을 생각하면 할 얘기가 아니다. 김씨는 또 그룹 붕괴의 책임이
투자계획을 승인해 준 정부에도 있다고 전가했다. 투자 결정의 책임을
전적으로 져야 할 최고경영자로서 떳떳지 못한 행동이다.

김씨는 해외에서 비밀스런 인터뷰를 가지며 변죽만 울리지 말고 하루빨리
귀국해'김우중 미스터리'를 석명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실패에 대해
져야 할 책임은 당당하게 지는 것이 그가 누렸던 세계적 명성에 걸맞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