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囚人)이 군인을 눌렀다. 재소자 복서 박명현(23·충의소년단)이 23일 서울 창동고 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복싱 신인왕전 수퍼페더급 결승에서 현역 상병 김영준(21·은성체)에 3대0(58-55, 57-56, 58-56)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말 그대로 혈투였다. 박명현은 5라운드에서 왼쪽 눈두덩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피를 흘리면서도 상대 안면에 좌우 훅을 작렬시키며 착실히 점수를 얻었다. 초반은 김영준의 페이스. 박명현은 2회전까지 김영준에게 왼쪽 잽을 여러 차례 허용하며 어려운 경기를 펼쳐나갔다. 하지만 뒷걸음치면서도 좌우 펀치를 상대 얼굴에 날리던 박명현은 3회전 좌우 훅을 연속 3차례 터뜨리며 승기를 잡았다. 김영준은 마지막 라운드인 6회 주의를 받아 감점을 당한 것이 아쉬웠다.
박명현은 17세 때인 지난 97년 5월 우발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살인죄로 단기 5년·장기 7년형을 선고받은 재소자. 98년 1월 천안소년교도소로 이감된 후 복싱을 시작, 현재는1급 모범수로 충의소년단체육관 복싱부 주장을 맡고 있다. 내년 5월 만기 출소하는 박명현은 “더 열심히 운동해서 유명우처럼 훌륭한 세계챔피언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