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 앞에 있는 잔디주차장. 잔디밭에 플라스틱 블록을 덮어 잔디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했다.<a href=mailto:krchung@chosun.com>/정경렬기자 <

최근 마포구 상암경기장을 찾은 전은경(26)씨는 잔디밭 앞에 주자창
팻말이 있어 깜짝 놀랐다. 으레 있을 법한 '들어 가지 마시오'라는
경고문 대신 몇 대의 차가 주차하고 있었다. 잔디가 다칠까 조심스럽게
주차하고 보니 바닥에 깔린 플라스틱 블록에 뚫린 손가락 만한 크기의
구멍들마다 잔디가 비쭉비쭉 올라와 있었다. 전씨는 "언뜻 보기에
잔디밭 같아 마치 교외로 차를 끌고 나온 것 같다"며 "아스팔트
주차장보다 발에 닿는 촉감도 부드럽다"고 말했다.

이곳은 지난해 월드컵경기를 앞두고 서울시가 160대 규모로 조성한
'잔디 주차장'. 서울시 조경과 최윤종 팀장은 "5㎝ 두께의 플라스틱
블록이나 철망 등을 덮고, 그 사이로 잔디가 올라오도록 해 차바퀴나
사람의 발길이 닿아도 잔디 뿌리는 상하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 녹지확대·홍수예방 효과 =잔디 주차장은 송파구 올림픽공원(150대
규모)과 강서 습지생태공원(60대) 등에도 설치되어 있다. 시는 잔디
주차장이 도심의 녹지공간을 넓히고 홍수도 막아주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암경기장 관리사업소 정규명 대리는 "아이들이 주차장을 잔디구장
삼아 축구를 하고, 가족 단위의 나들이 장소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주차장 관리인 양동명(55)씨는 "잔디 주차장을 실제 잔디밭으로
착각한 시민들이 차를 돌려 나오는 해프닝도 생긴다"고 말했다.

잔디 주차장은 홍수방지 역할도 한다.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잔디 주차장을 설치하면 빗물 흡수 능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현수 박사는 "잔디 주차장은 빗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일반 흙과 비슷하다"며 "아파트 주차장만이라도 콘크리트 대신
잔디를 깔면 폭우시 수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공원의 주차장 관리인 황일환씨는 "비가 온 후 아스팔트 주차장은
빗물이 흥건해 주차에 어려움을 겪지만, 잔디 주차장은 웬만한 비에도
질퍽거리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 시민의 숲에도 조성 계획 =시는 양재동 '시민의 숲'을 녹색 주차장
시범지역으로 선정하는 등 도심공원과 생태공원을 중심으로 잔디
주차장을 확대하기로 했다. 시는 이를 위해 '1동 1마을공원' 조성
계획과 연계해 후보지를 선정, 내년 3~4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최 팀장은 "잔디 주차장은 1㎡당 조성비용이 5만~6만원으로 일반
아스팔트 주차장(2만5000~3만원)의 2배에 이르는 것이 단점"이라며,
"하지만 도심에 잔디 주차장이 도입되면 녹지를 확보하는 효과도 있어
적용 지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천구 신정동 학마을 아파트의 경우 단지 내 산책로에 잔디 블록을 깔아
주민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시 관계자는 "공공건물 등 건축물 설계 단계에서부터 잔디 주차장
설치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며 "기존 민간주차장을 잔디로 개량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