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천사와 접촉하려고 애써야 한다. 천사란, 자연처럼 도처에
흩어져 있다. 천사와의 만남은 인류의 집단적 무의식 속에 숨어있는
상징적 언어를 읽어내는 것이다. 내 소설이 다양한 종교와 문명의
울타리를 넘어 널리 읽히는 것은 상징적 언어의 해독에 기여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내 책에 대한 해석은 독자의 몫이지만…"
전세계적으로 '영적(靈的) 소설' 바람을 일으킨 브라질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Coelho·55)는 현재 유럽을 여행 중이다. 올해 4월 쯤 출간할
신작 '11분'을 탈고한 뒤 리오 데 자네이루의 집필실을 떠난 코엘료는
홀가분한 심정으로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타르브에 머물던 중 기자를
만났다. 그는 "브라질 사람이니까 나는 당연히 축구광이고, 월드컵을
통해 창조적이고 열정적인 한국 축구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한국에
친근감을 표시했다.
코엘료는 전세계적으로 2000만부 이상 팔린 소설 '연금술사'의 작가로
국내에도 이미 알려져 있고, '피에트라 강가에 앉아 나는 울었노라',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등의 소설까지 합쳐 지금까지 약 3000만
부의 판매 기록을 세운 세계적 작가다. 그의 소설은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불교적 요소들을 두루 섞어 놓고 있기 때문에, 일부에서
주장하는 '문명 충돌론'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세계적으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코엘료는 "내 책을 읽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당시 나를
백악관에 초대한 적이 있었다"며 "이스라엘에서는 4명 중 1명이 내
책을 갖고 있고, 내가 이란을 방문했을 때 2000여 명의 독자들이
공항까지 나왔다"고 소개했다. 현재 코엘료는 유네스코가 문명간 조화를
촉진하기 위해 운영하는 '영적 다양성과 문화간 대화' 프로그램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그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 못지 않게 기독교에도 타인으로부터 눈과
마음을 거두는 근본주의자들이 있다"며 "종교는 때때로 우리를
이웃으로부터 멀어지게 하지만, 나는 진정한 종교의 아름다움을 유포하기
위해 글을 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독실한 가톨릭 신도지만,
가톨릭 작가는 아니다"며 "누구나 자기 인생에서 추구해야 할 '자아의
신화'를 갖고 있다는 내 문학의 주제는 결코 특정 종교에 국한되지 않는
인간의 영적 모험을 다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출세작 '연금술사'를 보면, 스페인의 한 목동이 묘한 꿈의 계시를
따라 그에게 주어진 운명의 보물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기독교권에서
이슬람교권으로 이어지는 영적 순례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이집트의
피라미드로 가던 길에 만나는 아랍의 연금술사를 통해 불멸의
영성(靈性)을 깨닫고, 처음에 꿈을 꾸었던 스페인으로 돌아와 재탄생의
환희를 느낀다. 따라서 소설 구조도 처음과 끝이 다시 만나는 반지의
형태를 지닌다. 그 끝은 또 다른 이야기의 출발일 수 있기 때문에 책을
덮은 독자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기를 권유한다.
코엘료는 독자가 많음에도 비평가들로부터 자주 공격을 당한다. 그러나
코엘료는 "그들에게 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우화(寓話)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딱딱하고 어려운 종교적·철학적 주제들을 대중에게 알기
쉽도록 풀이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흔히 내 책은
현실에 대한 고민을 외면하고 환상적 세계로의 도피를 조장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 동안 번 인세 수입으로 브라질의 빈곤층 자녀 교육을
위한 복지 재단을 운영하면서 나름대로 현실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엘료의 부모는 그가 10대에 글을 쓰겠다고 나서자 정신에 이상이
생겼다며 정신병원에 보낸 적이 있다. 그는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는다.
아직 살아계신 아버지가 그일로 죄의식을 갖고 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연극 연출가, 대중음악
작곡·작사가로 명성을 얻었지만, 그가 쓴 노래말이 1970년대 군사 독재
정권의 비위를 거슬려 비밀경찰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그 이후
그는 순례여행을 다니면서 글을 써야겠다는 오랜 꿈을 실천하기로 결심,
1980년대 초부터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유신론자임을 계속 강조한
코엘료는 "이 다음에 신을 만나면, 나는 최선을 다했노라고 한 뒤, 점심
식사나 함께 하면서 토론을 갖자고 제안할 것"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