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란 말이야."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들의 얼굴에 슬금슬금 쓴웃음이 배어나왔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여도 시원찮을 판에 롯데 프런트가 황당한 일처리로 웃음거리가 됐다.
14일 KBO는 2003시즌 시범경기 일정을 발표했다. 프로야구는 오는 3월15일 깊은 겨울잠을 떨쳐내고 기지개를 켠다. 이날 부터 8개 구단은 각각 14차례 시범경기를 펼친다. 그런데 일정표 맨 윗줄 대진표가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시범경기 일정표에 따르면 오는 3월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롯데-LG전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롯데의 올해 전지훈련 스케줄대로라면 이날 부산경기는 절대로 열릴 수 없다. 이때 롯데 선수단은 일본 후쿠오카에 머물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는 이달 31일부터 내달 28일까지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담금질을 한다. 3월1일에는 일본으로 날아간다. 16일까지 일본 후쿠오카에서 다이에 호크스 2군팀과 합동 훈련과 연습경기를 병행할 예정이다.
뒤늦게 롯데로부터 항의를 받은 KBO는 뒷통수를 한대 얻어 맞은 듯 어안이 벙벙해졌다. KBO는 지난해 연말 이미 8개 구단 운영팀에 문의, 전지훈련 일정을 최종 확인했다. 당시 롯데는 3월10일 귀국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사단은 롯데 백인천 감독이 전지훈련 기간을 연장하면서부터다. 백감독은 지난해 연말 납회때 돌연 전지훈련 기간을 6일 정도 늘려달라고 요청했고 구단은 이를 수락했다. 그러나 후속조치가 전혀 뒤따르지 않았다. 프런트간의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아서인지 어느 누구도 KBO에 변경된 일정을 전달하지 않았다. KBO는 이미 확정된 시범경기 일정을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롯데의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넋이 나간 프런트와 구단 운영의지가 의심스러운 롯데그룹. 이것이 최근 2년간 꼴찌에 머문 롯데의 현주소다. 해답은 자신들이 쥐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 스포츠조선 민창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