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미사일 문제 등으로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요즘 북한
내부 분위기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북한은 지난 4일 유선방송을
통해 인민군과 준 군사조직인 교도대·노농적위대 등에 '준 전시상태'
명령을 하달한 데 이어 11일쯤에는 일반 주민들도 제자리를 지키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13일 국경을 넘은 손광철(가명)씨는 "지금 조선(북한)에서는 준
전시상태여서 사망, 결혼 등을 제외한 일반 주민들의 이동을 일절
금지하고 있으며, 인민군과 교도대(제대군인·대학생 대상)는 비상에
돌입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준 전시상태 때는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상책"이라며 "괜히 움직이다 걸리면 본보기(시범케이스)에 걸려
크게 잘못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팎의 정세가 긴장분위기로 흐르자 북한 내부에서는 달러사재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미 식량난으로 큰 고통을 겪은 주민들은 "믿을
것은 달러밖에 없다"는 인식 아래 너도 나도 달러를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북~중을 오가며 장사를 하는 한 재중동포는 "최근 조선에서는 간부와
주민을 막론하고 달러 모으기에 여념이 없다"면서 "조선 돈은 유사시
쓸모가 없어 돈이 생기는 대로 달러로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외화상점 등에서 통화수단을 달러에서 유로화로 바꿨지만
주민들은 이에 아랑곳 없이 오직 달러만 찾는다고 한다. "세상이
바뀌어도 달러는 바뀌지 않는다"는 게 북한 주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라는 것이다.
추운 겨울이 오면 주민들이 겪는 가장 큰 애로 가운데 하나가 땔감
구하는 것이다. 올 겨울은 여느 해보다 사정이 열악해 동사자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의외로 얼어 죽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며칠 전 국경을
넘은 한 북한주민이 전했다.
이 주민은 청진화력발전소 등 웬만한 발전소는 연료난으로 굴뚝의 연기가
멎은 지 오래 됐지만 일반 가정집 굴뚝의 연기는 멎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는 각지 탄광들이 국가적인 생산목표를 맞추기보다는 돈벌이가 되는
장사에 치중하고 있어 주민들의 난방걱정을 덜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올해 농사가 흉작인 데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줄어들어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이 주민은 "가을 걷이가 끝난 지 얼마
안돼 재간껏 챙겨놓거나 구해 놓은 식량이 남아 있어 아직은 굶어죽는
사람들이 없지만 봄이 되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국제사회의 지원이 끊기면 1차적으로 군대나 보위부, 보안성 등이 큰
타격을 받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장마당 쌀값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주민들에게 고통이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