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고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조치도 재고할 수 있다고 밝혀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제임스 켈리(Kelly)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방한해
한·미 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켈리 차관보는 13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를 예방, 북핵·미사일
사태와 국내 반미기류 등에 대한 노 당선자의 입장을 듣고 북핵 해결을
위한 미국측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어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
장관과도 만나 북한의 NPT 탈퇴 의도를 분석하고, 경수로 중단 여부 등을
포함한 양국의 대응방안을 집중 협의할 계획이다.

켈리 차관보는 북한의 잇단 강수(强手)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위기상황은 아니다'는 미국측의 판단을 전하면서, 당분간 한·일 및
국제사회와의 공조아래 외교적 해결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방침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이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경우
의회에서 강경한 기류가 나올 것이라는 점을 배제할 수 없으며 북한과의
대화 노력이나 북한 체제안전 보장도 검토하기 어렵다는 점도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도 한·미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당장
제재보다는 21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9차 남북 장관급회담과
중국·러시아의 외교채널을 통해 북한이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미국측에 설명할 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북한이 NPT 탈퇴 선언에서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을
미국과의 별도의 검증을 통해 증명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미국과 조율에 나설 계획이다.

노 당선자도 켈리 차관보에게 '한·미간 굳건한 공조를 바탕으로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기본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향후
미국이 핵 문제를 포함한 대북 정책을 수립·결정·시행할 때 사전에
한국과 충분히 협의 또는 합의해달라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면담에는 정대철(鄭大哲) 대미(對美)특사가 배석한다.

정 특사는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최근 북한의 핵 관련 의도에
대해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하기보다 대미 교섭에 유리한 수단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북한이 이른바 벼랑끝 전술을
쓰고 있는 상황일수록 남북한의 대화, 남북관계의 지속적 유지가 상당히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