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30일 15개 언론사에 대한 과징금(182억원)
취소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 9일 공정위에 대한 특별감사를 감사원에
요청했다.
인수위 정순균(鄭順均) 대변인은 "감사 요청은 당선자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며 "그동안 당선자 지시에 의해 인수위 경제1분과가 과징금
취소경위에 대한 진상조사를 했지만 인수위 차원에서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어 감사원 조사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지난달 31일 인수위가 공정위의 취소 결정에 대해 더 이상
문제제기를 하지 않기로 정리한 것에 대해 사후보고를 받고는 크게
질책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인수위 김진표(金振杓) 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당선자의
감사요청 지시는 공정위의 과징금 취소결정을 번복하려는 것이 아니라,
취소경위에 대해 국민적 의혹이 있으니 이를 조사해서 의혹을 풀고
정부의 신뢰를 높이려는 차원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가 법적으로 감사청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인수위측은 우선 300인 이상 국민이 공익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감사청구를 할 수 있다는 감사원 내부규정에 따라 당선자는 현재
대통령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국민자격으로 네티즌 등의 요청을
받아서 감사청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원
감사를 받는 이해관계자가 감사청구를 할 수 있는데, 인수위는 정부
예산이 투입된 기구이므로 자연 감사원의 감사대상에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공정위는 2001년 7월 부당내부거래 혐의로 15개
신문·방송사에 대해 18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조선일보·동아일보
등 대부분의 언론사는 이에 불복, 서울고등법원에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특히 조선일보사는 지난해 10월 "본안 재판이 진행 중인 동안 과징금
납부명령과 시정명령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고등법원에 제기, 사실상 승소결정인 효력정지 결정을 받아냈다.
동아일보사도 지난해 3월 과징금 납부명령 집행을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서울고법에서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냈다.
이런 상황속에서 공정위는 작년 12월 30일 위원 전원회의를 열어 15개
언론사에 부과한 182억원의 과징금을 모두 취소했다. "언론사가 과징금
등으로 경영이 악화될 경우 공익적 기능을 수행할 여지가 축소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위원들은 대부분의 신문사가 2001년에 39억~81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본
상황에서 과징금 납부 명령을 유지할 경우 일부 회사의 부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상태가 좋은 일부
언론사도 있으나 법 집행의 형평성을 감안, 일괄 취소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공정위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데는 법원이 조선·동아 등의 과징금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공정위가 이에 대한 행정소송에서도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고위당국자는 "개인이나 법인의 권리를 제약하는 행정처분은
사후에 사정변경이 생기거나 공익상 필요가 있을 때 취소할 수 있다"며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법적이나 절차상 문제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