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제 청춘을 바쳐서 얻은 득점 기록이니까 모든 골들이 소중해요.”
알리안츠생명배 핸드볼 큰잔치 제일화재와 상명대의 여자부 경기가 열린
9일 서울잠실학생체육관. 통산 596골로 최다골 기록을 세운 제일화재
허영숙(28)은 양쪽 무릎에 덕지덕지 감고 있던 테이핑을 풀면서 감회어린
표정을 지었다. 허영숙은 상명대전에서 7골을 터뜨려 이상은(전
알리안츠생명)이 보유하고 있던 592골을 훌쩍 넘었다. 최초의 600골
돌파도 눈앞이다.
정읍여고 졸업반이던 93년 조폐공사 소속으로 출전한 이래 한 시즌도
거르지 않고 출전해 세운 대기록. 솜털이 보송보송하던 새내기는 이제
주부선수가 됐고, 팀에선 '왕엄마'란 별명으로 통하는 최고참이 됐다.
경기 전 휴대전화로 '힘내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던 남편
박병준(30)씨가 다가와 "수고했다"며 어깨를 다독였다.
허영숙의 핸드볼 인생은 '눈물 반 웃음 반'이었다. 허영숙은
조폐공사에 입단한 첫 시즌 77골을 터뜨리며 신인상을 받았지만, 6개월도
안돼 팀이 해체됐다. 다시 들어간 동성제약도 97년 해체돼 제일화재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팀이 없어질 때마다 곧바로 새 팀을 구해 핸드볼
큰잔치에 개근할 수 있었던 게 그녀로선 다행이었다. 또 2년 전 결혼한
장대높이뛰기 국가대표 출신인 남편이 신접살림을 팀 숙소가 있는
아파트로 구할 정도로 외조를 하는 것도 흔치 않은 행운이다. 허영숙은
국가대표로서도 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과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
얘기를 주고 받다 보니 허영숙은 '핸드볼교 신자'였다. 관중이 좀처럼
100명을 넘지 않고 부상 위험도 많은 종목의 선수가 뭐가 그리 좋을까?
"힘들지만 제겐 운명 같은 거예요. 코트에 서면 그냥 행복해요."
그래서 2000년 심각한 무릎 부상을 당하고도 6개월간의 눈물겨운
재활훈련을 묵묵히 참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핸드볼과 인연을 맺은
그녀는 "뛸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할 뿐 은퇴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지난 시즌 우승팀 제일화재는 허영숙의 활약에 힘입어
상명대를 24대19로 이기고 예선 성적 포함 3승을 기록했다. 대구시청도
창원경륜공단을 29대25로 누르고 나란히 3승을 달렸다. 남자부의
코로사는 한국체대를 33대24로 완파하고 2승1무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