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떠 오르는 해는 한번도 우리와의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 나는 이런
해의 덕을 생각하며 이른 새벽 성산 일출봉을 자주 오른다. 수평선 너머
솟구치는 일출(日出)의 장관을 바라보면서 퇴색되어 가는 삶을 다시 한번
추스르고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매일 솟는 해가 새해 첫날이라고 다를 바는 없다. 하지만 새해 첫날의
해는 일상의 해와는 또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한다. 성스럽고 장엄하며,
붉은 해의 정기가 바닷물과 함께 가슴 속으로 밀려드는 것 같아, 일년을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금년 역시 그런 일출을 기대했지만 하늘이 온통 먹구름으로 가려 태양은
볼 수 없었다. 내일도 어김없이 일출은 있건마는 산을 내려 오는 나의
마음은 아쉬움에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이리저리 날뛰었다. 그런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새해 첫날 마음을 잘 길들여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우리의 마음은 마치 억센 말과도 같아 평소에 길들여야 한다. 그리고
잘못 길들이면 오히려 낭패를 보게 된다. 옛날 어떤 나라에서 왕이
외적을 방비하려고 말 오백 필을 구입했다. 그러나 오래도록 전쟁이
일어나지 않자 말을 모두 방앗간으로 보내어 방아를 찧게 했다. 얼마 후
갑자기 이웃 나라가 국경을 침범하자 방앗간의 말을 진중(陣中)에
보냈지만 말들은 옆으로 빙빙 돌기만 하여, 결국 정벌당하고 말았다고
한다.
오늘도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보시(布施)로 고삐를 삼고, 지계(持戒)의
재갈을 물리고, 인욕(忍辱)의 굴레를 씌워서, 선정(禪定)의 안장을
짊어지게 하고, 정진(精進)의 채찍을 휘두르며, 지혜(智慧)의 방법으로
몰아가며 내 마음을 길들일 것을 다짐한다.
(스님·제주 금붕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