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갈 좀 더 드릴까요?” 유양선 할머니의 웃음에 넉넉한 인심이 배어난다.

●나는 한밤중에도 깨어 있고 싶다

(유양선 지음/징검다리/8500원)


평범한 사람들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생. 어떤 위인전기보다, 대하
장편보다 교훈적이며 극적인 삶이 세상 곳곳에 있다.

젓갈 팔아 모은 돈으로 전국의 산골, 낙도 어린이들에게 책을 보내고,
대학 장학회 이사장이 된 노량진 수산시장 유양선 할머니의 이야기 역시
그렇다. 1933년생. 우리나이로 올해 일흔. 충남 서산 출신으로, 어려선
그렇게 공부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자아이가 공부는 무슨
공부!"냐고 성화를 대던 아버지는 교과서를 빼앗아 거름통에 내던졌고,
양잿물로 씻어낸 책은 냄새는 고사하고 글자가 지워져서 읽을 수가
없었다.

베 잘짜고 바느질 솜씨 좋기로 서산에서 최고로 꼽히던 유양선. 그러나
집 떠나 세상으로 나가면 죽는 줄 알았다. 시집에서 구박받고 친정으로
돌아갔지만 "죽어도 시집 귀신이 되라"고 쫓아내는 아버지에
등떠밀렸던 그는 자기 시절로부터 달아날 수 없었다. 아기를 못낳아
?겨나고, 돈 밖에 모르는 남편에게 수없이 속고 빼앗기고, 업둥이로
얻어기른 딸이 교통 사고로 장애인이 되는 고통의 연속은 수십년을
이어갔다.

그러나 타고난 성품이 아름다왔던 것일까, 바르게 살자는 다짐이 독했던
것일까. 그는 자기처럼 배우고 싶어도 돈 없어 배울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어렵게 번 돈을 주머니째 풀어놓는다. 30만원이 모자라 대학 입학을
포기한 어느 고3 여학생 이야기를 전해듣고는 물어물어 집까지 찾아가
돈과 책을 안겨주고, 집세 받는 것으로 대학생들 학비를 대줬다. 자신은
동상으로 진물이 흐르는 얼굴이면서 양로원 할머니들에게 로션을
사다드렸다. 보육원 아이들에게 책을 보내고, 시골 학교에도 책을
보낸다.

아이들이 보내오는 감사 편지가 그에겐 가장 비싼 보답이다. "할머니가
주신 책 읽고 1등했다"는 편지를 읽으며 그는 눈물을 흘린다. 시장에서
꽁꽁 언 밥을 먹고, 버스 다섯 정류장은 걸어다니며, 앞치마는 이리 깁고
저리 이어 20년을 쓴 그는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안다. 나는 내가 죽기 전에 그것들을 제자리에 갖다 놓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세상을 나누며 살 방법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다시 한번 생각케하는,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스스로 행복할 줄
모르고 사는지 생각케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