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알(PR·홍보)이란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것은 알리는
것"이란 우스개가 있다. 하지만, 최근 연말 극장가 홍보 전쟁에선
들어맞지 않는다. '피할 것'도 서슴없이 알리는 일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이 대통령 선거일인 19일 개봉한 것은 젊은층의
투표율을 낮춰 모 후보를 견제하려는 것이란 글이 인터넷에 올라
관계자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피아노 치는 대통령'은 한때 주연배우가 A후보 지지자라는 소문이
돌아 B후보측 항의를 받더니, 이번엔 B후보 측에서 '기타치는
대통령'이란 광고를 만들어 A후보측 시선이 곱지 않다"

이 '보도자료'들은 해당 영화의 경쟁사가 만든게 아니다. 바로 그
영화의 홍보사가 만들어 "이렇게 우리 영화가 구설수에 올랐다"며
언론사에 보냈고 일부 보도됐다. 자신들의 영화 관련 이슈라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무조건 알리려는 홍보가 성행하고 있는 것. 연쇄
살인 소재 스릴러 'H'를 연말 개봉하는 영화사 봄은 자사 홈페이지에
'부시 미국 대통령 죽이기 게임'이나, 네티즌들의 '살인 충동'
고백을 싣는 등 말썽거리가 될만한 일들을 벌이고 이를 각 언론사에
알리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부러 소음(騷音)을 일으킨다고 하여 이를
'노이즈(noise) 마케팅'이라 부른다. 이런 마케팅을 시도한 홍보사의
한 간부는 "가장 괴로운 것은 비판적 보도가 아니라 무관심이기
때문"이라며 그 동기를 털어놓았다. 이러다 보니 다소의 과장도
불사한다. '휘파람 공주'는 북한 여성과 한국 청년의 로맨스가
중심인데도 영화속 작은 비중인 CIA강경파 요원들의 공작을 부각시켜
"우리 영화가 반미영화가 아니냐는 설전(舌戰)에 휘말리고 있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이런 마케팅은 상술치고는 얄팍한 상술처럼 보인다. 명필름 심보경
이사는 "영화 제작-수입 물량이 워낙 많아지다 보니 어떻게든 존재를
알리려는 처절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지나친 과장을 하는
등 무리한 방식을 쓰면 오히려 홍보 자체의 존립기반을 흔들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