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동양인으로 아무도 이루지 못한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꼭 들어가고 싶습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타자 최희섭(23·시카고 컵스)은 큰 덩치에 걸맞게 우직하고도 순수했다. 동양인에 대한 텃세와 치열한 경쟁이 가득한 4년간의 험난한 마이너리그 생활을 극복해 낸 원동력도 동료들을 먼저 배려하는 그의 순수한 인간성이었다. 1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최희섭은 “야구만 잘하는 선수는 싫다. 팀과 동료들을 위해, 또 팬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희섭과의 일문 일답.
―내년 시즌에 대한 각오는?
“미래에 대한 얘기는 잘 안하는 편이다. 말은 어차피 말로 끝난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30홈런, 100타점을 올리면 신인왕에 도전할 수 있다. 결과로 말하겠다.”
―신인왕 등극이 자신 있는가?
“2001년 내셔널리그 신인왕 루이스 푸홀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나 올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에릭 힌스케(미네소타 트윈스) 모두 내 친구들이다. 애리조나 가을리그에서 함께 뛸 때는 내가 더 잘했다. 신인왕이 되고 싶지만 너무 의식하지는 않겠다.”
―마이너리그 생활이 힘들지는 않았나?
“동양인이라 못하면 눈치를 많이 봐야 했다. 특히 지난해 손등 부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됐을 때는 사람들의 무관심이 가장 섭섭했다. 원래 내성적인 성격인데 미국에 건너간 뒤로 내 자신을 다 바꿨다. 한국 야구를 다 잊어버리고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뛰었다. 특히 미국 진출 초반엔 많은 계약금(120만달러) 때문에 다른 선수들의 질시를 많이 받았다. 어떤 선수와는 주먹다짐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먼저 나를 낮췄고, 그들에게 지려고 했다. 그랬더니 그들도 나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미국 생활에 완전히 적응 됐나?
“나는 이제 시작이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미국에선 다른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인간성이 제일 중요하다. 또 야구를 잘해야 한다.”
―앞으로 보완할 점은?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 지난 9월 한달 동안 메이저리그를 경험하면서 체력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또 상대가 나를 많이 분석하는 것 같은데 이런 것들도 보완해야 한다.”
―아직 병역을 해결하지 못했는데 올림픽에서 대표선수가 되고 싶지 않나?
“이번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대표가 되지 못했는데 아직 실력이 부족한 것 같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을 펑펑 쳐내면 팬들이 나를 원할 것이고 대표선수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불러 주시면 죽을 각오로 뛰어 병역 혜택을 받고 싶다.”
―메이저리그의 최종 목표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 국민으로서 무한한 자랑이 될 것이다. 야구만 잘하면 못간다. 팬들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국내 체류기간 중 훈련일정은?
“21일까지 서울에 머물다가 남해 야구캠프로 내려가 같은 컵스 소속의 권윤민, 류제국과 함께 훈련할 예정이다.”
/ 고석태기자 kos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