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뒤면 우리나라에 21세기 첫 대통령이 탄생한다.
새로운 세기에 나라를 이끌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후보들은 저마다 집권하면 재임기간에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것처럼 공약 경쟁에 정신이 없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염원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 국민들은 역대 대통령들한테서 받은 상처가 크다. 다른 나라는
건국의 아버지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초대 대통령이 있고,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국가를 위해 훌륭한 지도력을 펼쳐 온국민의 존경을 받고,
퇴임 후에는 시민으로 평생 봉사의 삶을 사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한결같이 제왕적이고 권위주의적 태도로 통치를
했고, 취임시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서약한 후 집권 연장의 수단으로
헌법을 뜯어고치고, 집권 후에는 헌법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입법부와
국민도 무시하며, 국회에서 시정연설도 하지 않고, 사면권을 남용하여
사법부를 무력화하기도 했다.

국무회의는 주요 국정에 대한 토론보다는 대통령 지시사항을 일방적으로
하달하는 곳으로 만들고, 청와대 비서실이 각 부처 장관위에 군림하는
것을 방치하며, 장관을 국면전환용으로 수시로 바꾸는 횡포를 저질렀다.
국가 사정기관을 사유화하거나 측근에 둘러싸여 민의를 파악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대통령 가족과 측근이 저지른 부패와 비리는
군사정권이나 민선정권이나 다를 바없다.

우리 국민은 제왕적 대통령의 행태에 환멸을 느끼고 있으며, 이러한
잘못된 관행이 21세기에는 반드시 사라지길 소원한다. 그래서
새 대통령이 종전과 전혀 다른'참된 지도자'이기를 갈구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염원하는 제대로 된 대통령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첫째, 정직하고 도덕적이며 겸손하고, 진실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할 지혜와 용기가 있으며, 국민의 심부름꾼임을 인식하고, 이념과
노선이 다른 상대도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둘째, 민주주의의 핵심이고 최고 통치 규범인 헌법을 반드시 준수하며,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권한과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사람이다.

셋째, 국정 난맥과 온갖 친?인척 부패와 비리의 온상인 제왕적 대통령의
행태를 단호하게 청산하는 사람일 것이다.

새 대통령은 이러한 국민의 여망에 부합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대통령 후보들은 권력욕·명예욕·재물욕에서 정말로 벗어날 수 있는지,
순수하게 나라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는 심부름꾼이 되고자 하는 것인지,
국민의 여망을 배신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임기가 5년이라는 것도 명심하고, 재임기간에 모든 것을 다
이루겠다는 욕심과 집착을 버리길 바란다. 탐욕스러운 마음을 다스릴 줄
모르는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부패하기 쉽고, 그 부패는 모든 국민들의
부패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진정 국가와 민족을 위해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재임 5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장기간에 걸쳐 해야 할 일은 차기·차차기
정부에 계속 이어지도록 기초를 잘 다지는 한 알의 밀알과 같은 마음으로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한 사람이 5년의 권력에 눈멀어 실정하게 되면
본인과 자손은 물론 국민 전체에도 큰 누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새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이 역대 대통령한테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긍지를 가지게 하며, 나라와 민족에 대한
사랑을 꽃피워서 동포애와 인류애로 드넓게 가슴이 열리도록 기여해
주었으면 한다.

(裵今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