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이운재(왼쪽), 포항 김병지


15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축구대회 결승전은 월드컵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이운재(29·수원 삼성)와 김병지(32·포항
스틸러스)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한국 축구의 주전
GK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이운재를 상대로 김병지가 자존심 회복을
선언했기 때문. 승부는 결국 이운재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운재는
결승전을 포함해 4경기 무실점을 기록, 월드컵 때 과시한 '철벽
수문장'의 면모를 다시 한 번 증명하며 수원의 첫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승부는 전반 19분 갈렸다. 성급하게 골문을 비우고 나온 김병지는
문전으로 달려드는 산드로에게 선제 골을 허용했다. 후반 들어 김병지는
서정원과 조현두의 벼락 같은 연속 슛을 선방했지만 빛이 바랬다. 이와
반대로 이운재는 경기 내내 특유의 안정감을 바탕으로 수원의 골문을
완벽하게 지켰다. 포항은 후반 18분 이동국이 중거리슛을 날리는 등 독을
품고 총공세를 펼쳤지만 한 박자 빠른 이운재의 판단 앞에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이운재는 서울시청과의 16강전을 2대0, 전북 현대와의 8강전과
대전 시티즌과의 준결승전을 모두 1대0의 깔끔한 승리로 막아냈다. 반면
김병지는 아주대·전남 드래곤즈·성남 일화 등을 상대로 경기마다
1점씩을 내줬다. 수원 선수들은 "운재형이 경기당 한 골반 정도는
지켜주는 것 같다"며 "덕분에 맘 놓고 공격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서귀포=채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