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ElBaradei) 사무총장은 북한이 IAEA에 핵시설 봉인과 감시카메라를 제거하라고 요구한 것과 관련, “만약 북한이 자체적으로 봉인이나 감시카메라를 제거한다면 이는 핵확산금지 의무의 심각한 위반”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이 문제를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미국 CNN 방송의 크리스티안 아만포(Amanpour) 기자와 가진 회견에서 이같이 말하고 “현 상황은 긴장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가장 심각한 우려는, IAEA가 핵시설 봉인과 감시카메라 제거를 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직접 하겠다고 경고한 것”이라면서 “나는 북한측에 재고를 요청했으며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엘바라데이는 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북한·이라크·이란 3국 중에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서 가장 앞서 있다면서, “북한은 이미 핵무기 제조를 위한 능력을 갖추었으며, 이란은 북한보다 뒤처져 있고 이라크는 이란보다도 뒤처졌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앞서 13일 IAEA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IAEA와 대화를 모색한다면, 한국과 일본·미국 등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정치적 해결을 위해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또 “북한이 자국 내의 IAEA 사찰단 철수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재개하더라도 IAEA의 감시 시스템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피 아난(Annan)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IAEA 사찰관들을 추방하려는 징후가 있으나, 그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면서 “북한이 발표한 대로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외교적 압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은 전 해외공관에 공문을 보내, 주재국 정부에 대해 북핵(北核)문제에 관해 얘기하도록 했다고 리처드 바우처(Boucher)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13일 밝혔다. 바우처 대변인은 “미국은 모든 국가들이 북한에 대해 ‘한반도를 핵지대화하려는 계획을 포기하지 않으면 외교관계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 뉴욕=金載澔특파원 jaeho@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