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는 코르셋 끈을 있는
힘을 다해 잡아당기는 흑인 하녀에게 허리를 맡긴 채 실망에
가득찬 목소리로 투덜거린다. "20인치라니, 이게 뭐야…. 아이를
셋씩이나 낳았더니 이렇게 돼버렸어!" 그녀의 머리를 채우고 있는
것은 오로지 다시는 처녀적 18.5인치 허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끔찍한 절망뿐이다.

모래시계처럼 잘록한 X자형 몸매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여인들의
꿈이었다. 1800년대의 스칼렛 오하라뿐 아니라, 고대 크레타
유적지에서 발굴된 여사제(司祭)의 유해들도 허리를 극도로 졸라맨
코르셋을 입고 있다. 고래뼈·나무·상아·강철 따위를 심으로 넣은
코르셋은 신체를 학대하는 고문기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자리에
마음대로 앉지 못하고 음식도 제대로 못 먹는 고통 속에서도 여자들은
줄기차게 우편판매 회사에 18인치 코르셋 주문편지를 썼다.

동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미녀를 모란꽃처럼 살이
찌고 풍만한 양귀비(楊貴妃)형과, 버드나무처럼 바싹 마른
조비연(趙飛燕)형으로 구분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문학 작품이나
역사 기록들은 섬세한 조비연 스타일의 미인을 칭송했다. 이를
세요설부(細腰雪膚), 즉 가는 허리와 눈 같은 피부의 미인이라
했거니와, 초(楚)나라 영왕(靈王)은 특히 이런 미인을 총애해서
수많은 궁녀들이 지나치게 살을 빼다 굶어죽었다고 한다.

미국 오스틴 대학 싱 교수는 미모의 관건이 허리 사이즈 자체가
아니라 허리와 엉덩이의 비율에 있음을 밝혀냈다. 인류 역사를 통해
사람들이 선호한 미인의 허리/엉덩이 비율은 늘 0.7 안팎이었다는
것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1997년 국민표준체위조사를 보면
한국 성인여성(25~50살)의 평균 가슴·허리·엉덩이 둘레는
34·28·36이다. 허리/엉덩이 비율은 0.78로서, 전문가들은 이
정도면 썩 괜찮은 축에 든다고 평가한다.

일본의 한 여성 속옷 전문업체가 세계 12개 대도시의 20~40대
여성을 대상으로 체형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서울 여성들이 평균신장
162.5㎝로 아시아에서 제일 크고, 이상적인 X자형 몸매 비율 또한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이쯤 되면 우리도 이제 신체발달
면에서는 자부심을 가질 만한데, 문제는 미모와 몸매에 대한
과잉집착이다. 국내 한 의과대학 조사에 따르면 우리 여중·고생
가운데 정상체중 학생의 98%가 스스로를 뚱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뇨제나 식욕감퇴제까지 복용하며 과도한 다이어트에
매달리는 학생이 부지기수라니, 19세기 이전의 '코르셋 신드롬'이
21세기 한국에서 부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