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아침,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추카추카. 좋은 하루 보내라.
*^^*' 오랫동안 얼굴을 보지 못한 친구였다. 나는 곧 답장을 날려
주었다. '고마워~ ^^' 2000년대, 우정의 알리바이는 이렇게 증명된다.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발명되기 전에는 삐삐가 있었다. 바지 호주머니에,
허리춤에, 핸드백 속에 남녀노소 누구나 응급실 담당의사처럼 무선호출기
하나씩 지니고 다니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누군가에게 전할 말이
있을 때, 그러나 어쩐지 껄끄러울 때 음성 메시지 기능은 퍽 유용했다.
'나의 말' 과 '너의 말' 사이, 그 짧고 아득한 침묵을 참고 기다릴
이유는 없었다. 상대방 삐삐 번호와 2번 버튼을 연이어 누르고 잠시 숨을
고른 다음, '혼자' 말하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혼잣말의 호흡을 가다듬을 필요조차 없어졌다. 언제
어디서나-지하철에서도, 강의시간에도,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내 마음을
실시간 전송해 줄 휴대폰 문자 메시지의 시대가 도래했나니! 액정화면이
여유공간을 허락해 준다면 울거나(ㅜ.ㅜ) 웃어도(^o^)되고 윙크를(^.~)
덧붙여도 좋다. 놀랍도록 발랄한 문자 메시지의 세계, 이 새로운
통신방식은 음성보다 가벼운 문자의 시대를 연 것처럼 보인다.
'소리'에 비해 '문자'가 보다 고착 적이며 성찰적이라던 기존관념은
슬그머니 전복되었다.
'축! 김치냉장고에 당첨되셨습니다.' '역사의 순간, 선택은 기호
x번으로!' '언냐. 모하구 지내? 언제 함 보장 ^^' '메일 보냈으니
확인 바람' '오늘의 운세를 알고 싶으세요?' 오늘 하루 내가 받은
전들. 거절도 불가능하니, 이 곳은 정녕 즐거운 지옥인가.
(정이현·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