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박준형씨는 “대학로는 개그를 끊임 없이 연마한 무대이자 삶의 터전 ”이라고 말했다.<a href=mailto:cjkim@chosun.com>/김창종기자 <


"무를 주세요"라는 유행어로 6년간 '무명 설움'을 씻은 개그맨
박준형(29)씨. KBS 2TV '개그 콘서트'에서 '갈갈이 삼형제'
'청년백서' 등 5개 코너에 출연 중인 그는 인터뷰를 청하자 서슴없이
"대학로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1999년 10월 4일부터 대학로
소극장에서 '갈갈이 개그 콘서트'를 1500여회 공연해 왔기에 그곳이
삶의 터전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130석에 이르는 공연장이 연일 매진되지만, 처음엔 관객 2~3명을
앞에 놓고 공연을 하는 날도 많았다. 대학로에서 시위가 잦았던 2000년
여름, 단 2명의 관객이 찾자 박씨의 고민이 시작됐다. 첫 콩트 후 다음
콩트를 시작할 때 보니 그 2명마저 사라졌다. "계속 보기가
민망하셨나봐요. 그럴 줄 알았으면 환급이라도 해드릴 걸…."

박씨는 1997년 KBS 공채 13기 개그맨으로 입사했지만 작년 9월 '개그
콘서트'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6~7개의 오락·정보 프로그램의 야외
리포터만 맡았었다. 종종 아이디어를 들고 코미디언실을 찾아가봤지만
돌아오는 배역은 포졸뿐이었다고 한다. 박씨는 "강원도 양구에서
리포터로 촬영을 할 때도 오후 5시가 되면 공연을 위해 대학로로
달려왔다"고 했다.

현재 박씨는 '개그 콘서트' 외에도 '폭소 클럽' '박준형의 신나는
과학나라'에 출연하며 케이블 방송의 가요 프로그램에서 사회를 맡고
있다. 1주일 동안 쉬는 날이 하루도 없다. '삶의 터전'마저 대학로에서
여의도 방송가로 옮겨버린 건 아닐까. 박씨는 "관객들의 기대치가 점점
높아져 늘 식상해하지 않을까 불안해 한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이라도
더욱 대학로 소극장에 서게 된다고 했다.

이 바쁜 개그맨은 쉬고 싶을 때 무얼 할까. 강서구 가양동에 사는 '개그
콘서트' 멤버들과 컴퓨터 오락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취미. 박씨는
"스타크래프트 실력은 연예인 가운데 가장 뛰어날 것"이라고 자랑했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거리공연을 즐기거나 비둘기 떼를 바라본다.
소극장 근처의 찻집 차야 (743-4888)와 공간을 채우는 사랑
(745-5234)에서 가끔은 여유를 즐긴다. 자주 찾는 이유에 대해 박씨는
"서빙 보는 아가씨들이 예쁘기 때문"이라고 농담한다.

승용차를 몰고 영종도 고속도로를 따라 인천 을왕리해수욕장으로
드라이브를 즐긴다. 대학(인하대 경영학과) 시절 월미도에서 배를 타고
3시간 동안 가던 곳이 고속도로 개통으로 40분 만에 찾아갈 수 있어
신기하기만 하다.

하지만 서울은 그에게 휴식과 여유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치열한 삶의
무대에 가깝다. 박씨는 당뇨병을 앓다 2년 전 세상을 뜬 아버지의
치료비와 생계비를 벌기 위해 대학 4년 내내 길거리에서 가요 테이프를
팔고 주유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영등포역 앞에서 가요 테이프를 팔 때는 중년 신사가 찾아와 테이프
400여개를 모두 사겠다고 제안했다. 길 건너편 레코드 가게 사장인
신사는 "당신 때문에 장사가 안 되니 모두 사겠다"고 했고, 1년 동안
테이프를 팔던 박씨는 "남에게 폐는 안 끼치겠다"며 그만뒀다. 사당역
근처에서 테이프를 팔 적에는 구청 단속직원에게 하루 4차례
적발당하기도 했다.